학교 남쪽 비탈에 산수유와 생강나무 꽃 활짝 폈다.

 

논두렁 한 가정에서 연락이 왔다.

3월 빈들모임 마감 소식을 보았지만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여느 때라면 그리 어려울 게 아니나

이번 모임은 특정 직업군의 청년들에게 열어놓은 자리였다.

어렵지 않게 말을 건네고또한 상황을 가볍게 전하는 그런 주고받음이 좋았더라.

 

물꼬의 아이였고 새끼일꾼이었고 품앗이었고 논두렁인 진주샘의 연락이 왔다.

통장의 자동이체를 보다가 물꼬 보내던 게 만기된 줄도 모르고 있었더라고,

부랴부랴 다시 보내노라 했다.

그찮아도 두어 달 전이던가 논두렁 계좌를 확인하다가 빠진 이름을 보고

혹여 그 댁 살림이 어려워졌는가 살짝 걱정도 했다가

아마도 이체가 끝났나보다 하고 넘기고 있었던.

고맙습니다!”

 

그 덕에 확인하는 날도 아닌데 논두렁 계좌를 들여다보다.

초등 6학년을 마감하며 지율이가 논두렁이 되었다.

그의 부모가 아니다.

2 ‘실타래학교를 하면서 물꼬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들은 그가

한 달에 1만원은 자기 용돈으로 후원할 수 있다고, 하고 싶다고 하더니

정말 논두렁 통장에 그의 이름이 찍혔다.

나의 6학년은 그런 6학년이 못 되었더랬다.

고맙습니다!”

 

품앗이었고논두렁이자 학부모인 유설샘과 얼마쯤 전 안부 인사를 나누었다.

아차차차차차 자동이체가 끝나있더라고

다시 연결해두었다지.

그런데 그 사이 놓쳤던 후원을 ‘송유설미이체라고 보내왔다.

고맙습니다!”

 

자신의 삶터도 지키면서 그렇게들 물꼬까지 건사해주고 있다.

그건 돈 이전 지지고 응원이고 후원이고 사랑이리.

나는 그들로 나를 세운다.

나는 나약하므로 이런 그들로 내 삶이 밀어진다영차!

이곳에서는 물꼬의 좋은 생각을 굳건히 이어가는 것으로 또한 그대들의 삶을 밀 수 있기를 바라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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