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23.흙날. 살짝 비

조회 수 265 추천 수 0 2024.04.10 02:25:44


영국과 인도오스트리아스페인의 요기들과 3월 내내 소식이 분주하다.

지속적으로 같이 명상하기 위해 도모하는 중.

 

아주 가끔 내 책을 읽은 독자의 글을 받는다.

주로는 다른 일에 밀려서또 답을 주는 게 뭔가 쑥스러워서,

꼭 답을 주어야 하는 글은 아니라서또는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이런저런 까닭으로 읽고만 넘어갈 때도 있다.

최근에 닿은 글월 하나는,

그가 보내온 메일에 답메일을 보냈더니 다시 답장이 온 것이었다.

'행여 제가 실수한 것은 없는지어색한 표현은 없는지 뒤늦게 개인적인 소동을 한바탕 겪었습니다.'

말을 잘 고르고 잘 배치하는 분이구나그런 생각을 여러 차례 하게 하는 이었다.

아름다운 글월을 받는 기쁨 컸다.

이왕이면 그의 정보(지역이나 성별 직업 뭐 그런 거)가 있었으면 싶더라만

그런 것 없이도 우리는 얼마든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마다.

그가 물어온 것도 있었다.

세상에 공 게 없고라는 문장은 교정에서 놓친 것인지, 아니면 원문이 맞는지 그런.

그리 쓴 문장이 맞다.

우리 집안 어르신들이 잘 쓰시는 표현인데,

공짜 없다그리 읽으면 되겠다.

내 글이 입말일 때가 많아서 편집자랑 자주 조율이 필요하고는 한다.

예컨대 이런 거, '넘의 말'(남의 말), '멕인다(먹인다)', ...

멧골만 해도 그렇다산골로 고쳐달라는.

그래서 마지막으로 냈던 책은 편집부 요청으로 고운 낱말 ‘멧골을 그 책에서 버렸던.

그래도 봄은 오고,

우리는 또 봄을 살고,

여름이 올 테고 여름을 살겠지요.

또 서로 닿기를 바랍니다.

부디 건강을 여의지 않기로.’

받아놓고 날이 마냥 가고 있었더랬는데오늘 답하였다.

 

 

<브라이언 뱅크스>(톰 새디악 감독, 2018)

무고로 성폭행범 누명을 쓰고복역 뒤 세상으로 나와 그것을 벗어가는 과정.

주인공 이름을 그대로 영화 제목으로동명의 자서전을 토대로 한.

우리 생이 그렇듯 건강한 안내자들이 곁에 있다그래서 사람은 늘 운이 좋다 할.

둘러보면 있거든사람이건책이건또 어떤 음악이건 무어건.

브라이언도 그런 안내자(소년원 교사)를 만나고

교사는 제임스 알렌의 소책자 ‘위대한 생각의 힘을 그에게 건넨다.

열여섯 소년이 만난 교사는 소년에게 다른 길을 열어준 것.

두 사내가 감방에서 밖을 내다보는데한 명은 진흙을다른 하나는 별을 보지.”

그게 관점의 차이라고 교사는 가르쳐준다.

억울하게 갇혔을지라도 어쨌든 여기 감옥에 왔다.”

이런 대목에서, 대체로 그럴 때 나는 어디를 볼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진흙인가 별인가.

올바른 관점만 갖추면 감옥 안에서도 자유를 찾을 거야.

너희의 절망은 희망이 되겠지.”

그 절망을 활용하고,

너희 안에 살아 숨 쉬는 희망을 절대 포기하지 마라,

소년원에서 소년범들에게 그런 말이 얼마나 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이 말이 머문다.

올바른 관점!’

인생을 통제할 수 있는 건 인생을 대하는 자세뿐이다!’

교사가 그에게 써주었던 구절이었다.

그렇다!

 

'때론 빛을 찾으려면 어둠을 더 파고들어야 한다',

뱅크스는 그곳에서 나오기 위해 자신을 단련해나간다.

날마다 하는 일의 무서움!

그것이야말로 마침내 그가 쟁취한 승리다. 그는 그때 이미 승리자였던.

이감을 하면서 교사를 떠났지만(교사가 떠났던가...) 교사는 매순간 마다 그와 함께 한다.

이쯤 되면 그 교사 같은 교사 혹은 어른이 되고 싶어진다.

하여 오늘도 나는 묻는다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덧붙여.

복역기록은 일자리를 얻기 어렵게 한다.

뱅크스가 그림을 그리는 여자 친구를 미술관에 데려가고자 할 때

엄마가 뱅크스에게 차 할부금 낼 돈을 내민다.

할부금은 미뤄도 되지만 네 행복은 미루면 안 돼.”

오늘 행복은 오늘 쓰기로우리는 오직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 할 수 있을 것이므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494 5월 20일, 북한 룡천에 보낸 돈 옥영경 2004-05-26 1713
6493 5월 20-21일, 색놀이에 빠진 아이들 옥영경 2004-05-26 1731
6492 5월 21일 쇠날, <오늘의 한국> 취재 옥영경 2004-05-26 1589
6491 5월 22일 흙날, 대구출장 옥영경 2004-05-26 1885
6490 5월 23일, 모내기와 아이들이 차린 가게 옥영경 2004-05-26 1648
6489 5월 25일 불날, 복분자 옥영경 2004-05-26 1950
6488 5월 26일, 부처님 오신 날 옥영경 2004-05-31 1756
6487 5월 27일, 손말 갈무리 옥영경 2004-05-31 1576
6486 5월 28일, 봄학기 마지막 날 옥영경 2004-05-31 1481
6485 5월 29일-6월 6일, 찔레꽃 방학 옥영경 2004-05-31 1622
6484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162
6483 5월, 부엌에서 옥영경 2004-06-04 1535
6482 5월 31일주, 들에서 옥영경 2004-06-04 1544
6481 5월 31일, 권유선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04 2145
6480 찔레꽃 방학 중의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6-04 1886
6479 "계자 94"를 마치고 - 하나 옥영경 2004-06-07 1917
6478 6월 6일, 미국에서 온 열 세 살 조성학 옥영경 2004-06-07 2480
6477 6월 6일, 찔레꽃 방학을 끝내고 옥영경 2004-06-07 2016
6476 6-8월 여름방학동안은 옥영경 2004-06-11 1620
6475 6월 7일, 조릿대집으로 재입주 옥영경 2004-06-11 146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