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기 시작하는 산괴불주머니이다.
달골 오르는 길은 그것들이 봄을 이끈다.
이른 아침 삼거리밭에 트랙터가 들어가 갈았다.
500평을 괭이로 할 일이야 아니었고,
윗마을 돌고개 해영샘이었다.
내일 오기로 했는데.
시골 어른들이 퍽 그렇다. 시간 개념에 약하다.
도시에서 들어와 힘든 것 하나도 그것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뭐 사람 나름이겠지만.
아침 9시, 로터리 다 쳤다며 통장 번호를 보내왔다.
‘애쓰셨습니다. 그런데 내일 한다셨는데.
일 오시기 전에 오신다 확인을 해주셔야.
저희 삼촌이 물길 좀 파달라셨는데.’
사람(물론 밭주인을 가리킨다) 있을 때 해야 일이 매듭이 지어지지, 원...
그런데 그 말이 또 마음에 걸리셨던가 트랙터를 다시 끌고 오후에 내려온 그.
그 사이 학교아저씨가 들어가 물고랑을 다 파놓았는디.
다음에 일하실 때는 꼭 우리를 불러 현장을 보고 일하시기를 부탁드렸네.
올 봄에는 삼거리밭에 다 골을 쳐서 비닐을 덮을까 생각해봄.
풀, 그거 이길 재간이 없어 말이지.
자작 묘목이 스무 개 왔다.
달못 가에 열두어 그루 이미 자라는 자작.
좀 더 군락을 만들어주면 좋으리 하며 묘목이 나오는 때를 기다렸다.
몇 년 자란 자작을 내주었던 준한샘네다 말을 넣을 수도 있겠으나
산에서 그걸 캐서 실어내 여기 오기까지 한 세월이 또 걸릴 거라.
비용도 비용이고.
“키우면 되지요, 뭐.”
현철샘이 그리 말했다. 그러게. 무에 급할 게 있겠는가.
이미 자란 거라면 당장 흡족함이 크겠지만, 그런 날이 결국은 오지 않는가.
딸려온 과수 묘목 셋도 허드렛땅에 심고,
화살나무 1개는, 아침뜨락 튜울립 동그라미 자리를 그에게 내주었다.
식구 셋 나무들을 심는 동안,
나는 돌탑들을 만졌다.
달못 아래 네모 탑 귀퉁이도 다시 손보고,
아가미길 원형탑도 다듬고,
자잘하기도 하고 산중 주먹데기 돌이라 자꾸 흘러내리는 거라.
뭐 그러면 또 쌓거나 멀리 던지면 될.
4월에 있을 안팎 상담과 수업을 조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