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27.물날. 맑음

조회 수 371 추천 수 0 2024.04.17 13:45:14


산 아래 마을을 내려갔다. 면소재지를 나가는 길.

, 산모롱이를 돌자

계곡을 끼고 가는 길 양 쪽 산으로 진달래가 얼굴 내밀었더라.

산수유와 생강과 매화가 앞서 오지만 

'진달래 사태진 골'의 시어 때문인지 연분홍 치마 같은 그 색감 때문인지

역시 골짝의 봄은 진달래로 오는.

우리 멧골은 봄이 한참 더디니

이리 나오지 않으면 서성이는 봄을 알아채기 쉽잖은.

  

어르신 한 분 뵈었다.

한해 두어 차례는 만나 말씀을 얻는다.

물꼬에 가끔 걸음을 하시기도.

종교인의 모습을 보여주시는 당신이라. 기쁨으로 살고, 평화와 함께하는 삶.

그런데 옥선생, 그 품이라는 거, 내가 원래 그리 가지고 태어난 게 아니야, 만든 거지.”

아드님 둘이, 하나는 천주교 사제, 또 하나는 판사.

그 아들들에 걸맞은 품을 가진 어른이 되려고 애쓰신다지.

사람 참 안 변하지만 우리 애쓸 수 있다!

내 품도 그리 넓힐 수 있으리.

 

찻집에서 어르신이 먼저 일어나시고,

저녁에 지역 도서관에서 할 일 하나 있어

가볍게 뭔가 먹어야겠다 하고 주문을 하려니,

그게 햄이 들어간 채로 만들어져 있는 걸 데워주는 거라네.

참, 나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토스트라도 해드릴까요?”

달라했다.

허브 차와 함께 나왔다

차는 안 시켰지만, 나오지 않았으면 뭐라도 주문했을 것이다.

나오며 계산을 하려는데, 그냥 가래네.

지역 사람들인데, 아들이 하는 카페를 도와 아주머니가 같이 꾸린다는 찻집.

지역 인심이란 게 또 이런 거구나 하였네.

읍내에서 굳이 찻집을 갈 일이 드문데,

나오면 일을 여럿 몰아 일과 일 사이 시간이 뜨기라도 하면 차에서 책을 보곤 하였는데,

이 찻집에 앉아도 되겠다 했다.


3월 빈들모임 신청서 도착 마감일이었다.

이게, 왜 신청 마감이 아니라 신청서마감이라는 표현이냐 하면,

신청 통장에 이름은 적지 않은데 정작 신청서들이 드물었던 까닭이었다.

신청 마감은 진즉에 끝났던 일.

오늘 밤 자정이 마감이니 몸이 오겠다는 이들은 그 시간까지 신청서를 보낼 거라 여긴.

자정 지나 메일을 여니 더는 늘지 않았고,

영혼참가까지 열일곱이 모이기로 한 그대로.

'영혼참가', 몇 해 전부터 이런 말이 생겼다.

못 오지만 참가비를 보내는 걸로 지지 혹은 응원, 그리고 후원을 하는.

물꼬가 중심인 일정이라기 보다 특정 직업군이 모이는 거라

다른 빈들과는 느낌이 또 좀 다를 것인데,

그걸 부담스러워하기보다 신선해하기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54 5월 31일, 권유선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04 2157
6553 6월 15일, 당신의 밥상은 믿을만 한가요 옥영경 2004-06-20 2156
6552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145
6551 120 계자 이튿날, 2007. 8. 6.달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07-08-16 2142
6550 2011. 6. 1.물날. 비 / MBC 살맛나는세상 옥영경 2011-06-14 2139
6549 영동 봄길 첫 날, 2월 25일 옥영경 2004-02-28 2136
6548 계자 열 하루째 1월 15일 나무날 옥영경 2004-01-16 2136
6547 계자 일곱쨋날 1월 11일 옥영경 2004-01-12 2127
6546 3월 1일 나들이 옥영경 2004-03-04 2126
6545 9월 빈들모임(2019. 9.28~29) 갈무리글 옥영경 2019-10-31 2124
6544 120 계자 여는 날, 2007. 8. 5.해날. 비 추적이다 옥영경 2007-08-16 2118
6543 5월 15일 부산 출장 옥영경 2004-05-21 2117
6542 옥천 이원 묘목축제, 3월 12일 옥영경 2004-03-14 2113
6541 97 계자 둘쨋날, 8월 10일 불날 옥영경 2004-08-12 2110
6540 2009. 5. 9.흙날. 맑음 / 봄학기 산오름 옥영경 2009-05-16 2109
6539 계자 둘쨋날 1월 6일 옥영경 2004-01-07 2093
6538 2008. 2.23. 흙날. 바람 / 魚變成龍(어변성룡) 옥영경 2008-03-08 2091
6537 2월 29일 박문남님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3-04 2088
6536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2087
6535 자유학교 물꼬 2004학년도 입학 절차 2차 과정 - 가족 들살이 신상범 2004-02-10 208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