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28.나무날. 비

조회 수 530 추천 수 0 2024.04.18 09:49:15


맑았던 어제를 사이에 두고 그제도 오늘도 비다.

물이 많았다.

아침뜨락의 달못으로 드는 밸브를 열어두었다. 밥못이 넘치지 않도록.

골짝의 물은 밥못에 모이고, 흘러 달못으로 이른다.

 

가마솥방에 들어섰다. 봄의 질서를 아직 모르는 공간이었다.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부터 손에 댄다.

가지며 고구마줄기며 취나물, 묵나물을 삶아 담갔다.

거두고 다듬고 데치고 말리고, 거기까지만도 품이 많이 든 것들.

젊은 친구들은 별 관심도 없고 젓가락이 그리 갈 일도 없을지 모르지만.

다음은 묵은 먼지들을 턴다.

창가 다육이 있는 상은 틈날 때마다 화분 사이사이 먼지를 닦아도

다 옮겨내고 닦는 건 겨울계자 이후 처음인가 보다.

겨울을 났다는 뜻이다. 봄을 살겠다는 의미이다.

연명한 다육은 봄바람에 그 바람의 두께만큼 조금씩 살을 찌울 것이다.

그 사이 목숨을 다한 것도 있다.

뿌리를 덜어내고, 산 것들 가운데 가지를 떼어내 옮겨 심고.

컵 살균기며 정수기가 있는 쪽은 위에서부터 맨밑바닥까지,

철제 거치대 칸칸이도 닦아낸다.

행주와 수세미와 걸려있는 앞치마를 삶았다.

수저도 삶고, 수저통도 뜨거운 물로 부신다.

조리대 아래 받침은 엊저녁에 문지르고 말렸던 참.

양념통 바구니 깔개를 갈아주고,

선반의 먼지며, 쌓인 그릇들 가운데 가장 위에 올려져있는 것들도 꺼내 씻었다.

부엌의 그릇에 얹힌 겨울이 달아났다.

봄이 살포시 앉을 테다. 소리 없이 비밀처럼 건물 안으로도 들어올 테다.

 

잠시 숨을 돌릴 땐 책상 앞으로 가

물꼬 누리집의 물꼬에선 요새도 챙기다.

하루 기록을 올렸다.

인도에서 돌아온 뒤 처음이지 싶다.

이제부터 또 살겠다, 일하겠다는 결심의 다른 이름이겠다.

 

내일부터 사흘 3월 빈들모임.

한해살이에 없는 일정으로, 한 직군의 요청으로 이뤄진 일.

물꼬가 먼저 제안했던가...

그들이 이 변방까지 들어오는 일이 이번 같은 상황 아니면 어려울 것이다.

마침 그들에게 맥없이 주어진 시간이 있었고,

그런 시간에 일이며 명상이며 수행 좀 해보면 어떠시겠냐고 물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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