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려가던 오후의 하늘이더니

비를 떨구는 밤이었다.

 

살얼음이 얼기도 했던 며칠 전 아침이었는데,

주말에 비 다녀가고 기온 확 올라가니

먼저 피어있던 수선화에 이어 늦은 종 수선화가 피어오르고,

돌단풍이 쭉쭉 날아오를 듯 꽃을 뻗어내고 있었다.

학교 마당의 백년 묵은(그렇다고 여길 정도의) 살구나무에 꽃이 몽글거린다.

나이 들어 힘이 달려 그런지

벚꽃처럼 며칠 확 피었다 지는 살구꽃이라.

그것을 보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 이름표처럼 떠오르는.

열흘 붉은 꽃 없다는.

권불십년;權不十年이 이어지면 역시 무능한 권력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3년도 길다, 조국혁신당은 집권당을 향해 그리 외치며 이번 총선에서 뛰고 있네.

 

이웃마을에서 연락이 왔다,

일 잘하는 개를 데려가겠냐 묻는.

멧돼지도 잘 좇고 한다고, 달골에 유용할 거라고,

와서 보고 마음에 들면 데려가십사.

문제의 그 멧돼지 때문에

학교에 있는 진돗개 두 마리 가운데 하나인 제습이를

아침뜨락에 올려놓았던 적 있었더랬다.

긴 철사에 목줄을 걸어 움직임을 크게 하였지만

개가 묶여있다는 걸 알자 다른 짐승들이 그의 행동 반경에만 안 올 뿐

비웃듯 가까이까지 땅을 헤집어놓고는 했다.

계자가 있거나 길게 공간을 비울 때면 그를 아래 학교로 데려다 놓아야 했다.

짐승 한 입 더 늘이는 것도 쉽잖은 살림이라서도

건사할 엄두가 나지 않노라, 다른 댁으로 입양 보내주십사 하였네.

올해는 울타리를 치려 상황을 엿보고 있다.

 

근거도 없이 툭 던져놓은 의대 2천명 증원에 전공의들의 사직이 이어지고

환자를 팽개치고 목숨을 담보로 떠났다고 여론은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아니, 어느 의사가 그런단 말인가.

14만 의사 가운데 전공의는 14천에 불과하다.

사직한 전공의는 약 1.

그들 때문에 병원이 안 돌아간다? 그 기형적인 구조가 더 문제이지 않은지.

그 대열에 우리 집 아이도 서 있었다.

그가 오늘 젊은 의사 동향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덧붙여 병원은 떠났으나 환자를 떠난 게 아니라 강변하며

소비자연합과 의대교수들과 함께 중증환자들을 위한 뭔가를 제시한 모양.

그리 실효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그저 퍼져있지 않고 대안을 말하고 있는.

환자를 지키는, 뭐라도 하려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그는 터지면서 다시 링에 오르고 있다.

모두가 엎드려 있을 때 이름과 얼굴을 내놓고 말하고있다.

스물다섯, 요새는 0.7을 곱해야 제 나이라니까 더 어릴 수도.

그래도 뭔가 하고 있다.

좋은 자세다.

한편 다칠까, 그게 몸이든 마음이든, 걱정스럽기도.

그러나, 옳다면,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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