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13.흙날. 맑음

조회 수 407 추천 수 0 2024.04.23 23:58:22


<장자>지락가운데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바다 새가 노나라 교외로 날아와 앉자, 노나라 임금은 그 새를 모셔다 종묘에서 잔치를 열고, 순임금의 음악인 

구소의 음악을 연주하고, , , 돼지고기 등의 일등 요리로 대접하니, 새는 이에 눈이 어질어질하고 근심과 슬픔이 앞서 

감히 한 점의 고기도 먹지 못하고, 한 잔의 술도 마시지 못한 채 삼일 뒤에 죽었다. 이것은 노나라 임금이 사람 자신을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고,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꽃과 나무를 꽃과 나무로 잘 키우지 못했다.

나는 엄마이고 교사이다. 둘 다 아이들을 키운다는 의미에서는 다르지 않다.

같은 사람이기는 한데 어른과 아이는 또 다르다.

아이들도 같은 아이이긴 한데 그 하나 하나 또 다르다. 그 키우는 법이 다 다를 것이다.

올해도 나는 꽃을 심었고, 나무를 심었다. 좀 나을 것인가?

올해도 나는 아이들을 만난다. 좀 다를 것인가?

 

사람은 습한 데서 자면 허리 병으로 반신불수가 되어 죽게 되지만 미꾸라지도 그렇던가? 사람은 나무 위에 있으면 벌벌 

떨지만, 원숭이도 무서워하던가? 셋 가운데 어느 쪽이 바른 거처를 알고 있는 걸까?

사람은 가축을 먹고 사슴은 풀을 듣고 지네는 뱀을 맛있게 먹고 올빼미는 쥐를 즐겨먹는다. 넷 가운데 어느 누가 올바른 

맛을 아는 것일까?

원숭이는 편저를 짝으로 하고 사슴은 사슴과 교배하고 미꾸라지는 물고기와 사귄다. 모장과 여희(모장, 여희: 춘추시대 미인)는 

인간들은 아름답고 하지만, 물고기는 그들을 보면 물속 깊이 날아나고 새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순록과 사슴은 

결사적으로 달아난다. 넷 가운데 누가 천하의 아름다움을 아는 것일까?

 

<장자>제물론의 한 부분이다.

 

우리는 사람 우위로 사느라 다른 존재에 대해 낯섬을 넘어 거부감을 갖기도 한다.

생김새로 우리는 심지어 혐오감을 가지기까지.

다른 존재들에게 나는 얼마나 이상할 것인가, 내가 그들을 이상해했듯.

지금은 인간세. 현세는 인간 종이 중심이 주류인 시대일 뿐이다.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존재의 격을 생각한다.

 

쉬었다.

자신이 돌보는 것에 한계에 있을 땐 도움을 받아야지.

오늘은 물리치료실을 다녀왔더랬다. 어깨를 좀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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