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15.달날. 비

조회 수 63 추천 수 0 2024.05.24 13:48:32


비가 내렸다.

눈이 될 수도 있었다.

4월에도 눈이 드물지 않은 이 골짝이다. 아니, 골짝이었다.

2013420, 눈이 내렸다 곧 비 되었다는 기록을 들추어보았다.

무방비로 온 여름 날씨다.

겨울 옷가지들을 정리했다.

젊은 날 5월 말일까지 내복을 벗지 못했던, 겨울이 길고 길었던 나는,

내복을 넣는 날이 점점 빨라지더니

이제 4월 중순에 마지막 입었던 내복을 빤다.

몸의 온도가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지구가 그런 조건이 되었다.

내가 좀 살기 나아졌다고 이것이 환영할 일은 아님은 물론이다.

 

툇마루에 천리향 화분 하나 있다.

올봄에 들어왔다, 꽃을 단 채 화분에 옮겨져.

아직 질 때가 아닌데 꽃이 맥없이 떨어지고

잎이 말라가며 후두둑 떨어지거나 아슬아슬 달고 있거나.

무심한 눈길로 보았으나 마음까지 그랬던 건 아니다.

건조한 표정처럼 시간이 흘렀다.

오늘, 천리향에서 새로 돋는 잎을 보았다.

어깨로 시작한 통증이 온몸으로 번지는 얼마쯤이다.

몸도 새잎이 툭툭 돋아나면 좋겠네.

 

4월 빈들모임을 우르르들 신청한 바람에

마감 뒤에도 여러 상황이 있었다.

늘 인간적인 규모 혹은 그 일정을 진행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수에 세심하려 한다.

게다 여기에도 때때마다 사정과 상황이란 것들이 있고.

대기자가 여럿이다. 누구는 오라하고 누구는 오지말라기 어렵다.

기준이 있지 않으면 이후 다른 일정을 하게 될 때 곤란을 겪을 수 있으니까.

물꼬가 퍽 느슨한 공간이어서도 오히려 이런 규칙들이 살아있는 게 좋겠기도.

가끔 넘치는 모두를 오라고도 한다.

더 간절하다고 해서 그만을 오라고 할 수도 없으니까. 뭐 형평성 그런 거.

앓는 어깨로 진행을 감당(밥바라지)해야 해서도 이번에는 딱 열로 선을 긋기로 한다.

안에 있는 식구들까지 더하면 열넷.

송구했다. 무슨 대단한 시험도 아니고, 무슨 문턱이 높은 곳도 아니면서

마감이지만 혹시나 하고 말을 넣어 본 건 잘하셨습니다.

일정 중에 잠깐 다녀가는 이들도 다른 때는 허용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오고 싶어 울고불고 했다는 아이가

상황을 잘 받아주어 고마웠다. 아이들은 늘 놀랍게 담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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