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17.물날. 맑음

조회 수 90 추천 수 0 2024.05.24 13:51:07


, 읍내 도서관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차 운전 속도도 나이를 따른다. 다만 반비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고라니들을 만났을 때.

이맘때면 겨울을 지낸 그들이 길로 자주 내려선다.

돈대리 마을 들어서기 전 인적 드문 곳은 그들의 상습 출몰지역이다.

어쩌다 바삐 차를 몰아야 할 때도 꼭 속도를 줄이는.

아니나 다를까 이 봄에 태어난 새끼도 데리고 고라니 셋, 길 한가운데 서 있다.

아주 천천히 차를 움직이자 풀섶으로 몸을 던지는 그들.

물한계곡로에서 우리 대해 골짝으로 꺾어 들어오기 얼마쯤 전,

그곳 역시 멧돼지도 자주 만나는 것이다.

고라니 한 마리 자동차 불빛에 어쩔 줄 몰라 하며 길 한가운데서 파닥이며 멈춰 섰다.

자동차의 불을 잠시 끈다. 그가 움직인다.

다시 불을 켜자 새까만 세상이 화들짝 깨어나 부서졌다. 이미 그는 없다.

 

좋은 어른들이 물꼬를 거들고 키운다.

읍내 한 어르신 댁에 산나물을 들여 드렸다.

기쁨으로 사는 종교인의 삶을, 품 넓게 사는 어른의 삶을 보여주시는 어른.

멧골 사는 젊은것(나도 늙었으나 당신에게는 아직 어린)이라고 한해 두어 차례

그리 인사를 넣는다.

당연히(계산이 될 리 없는 당신들의 사랑 혹은 나눔), , 받는 건 더 많다마다.

 

인도를 다녀오고 요가 관련 책들에 관심이 커졌다.

출판사에서 명상 책을 내기로 약속한 지 서너 해. 이제 쓸 때가 되었는가.

책을 빌려 오면서 요새 젊은 친구들이 쓴 책 두엇도 집었다.

도서관에 들어간 김에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은 읽고 나온다. 마침 밤이라.

즐거운 책읽기였네. 젊은이들에게 배우는 게 많다.

저밖에 모른다고들 하지만 얼마든지 가치 있는 일에 자신을 투여하기도 하는 삶.

그들은 자신도 챙기고 가치도 챙긴다.

80년대를 산 우리는 자신을 망가뜨려 가치를 지키고는 했다.

인류는 진화해 온 게 맞다 싶기도 하다. 영리한 젊은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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