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30.불날. 비

조회 수 55 추천 수 0 2024.05.28 11:18:58


그해 봄은 쉽지 않았다, 라고 쓸지도 모를 4월도 마지막 밤에 이르렀다.

비 근 오전, 흐린 오후를 지나 비가 추적이는 밤이었다.

9, 여느 밤이면 자신의 일터에서 돌아와 숨을 돌렸을 시간 현철샘이 건너왔다. 불려온.

삼거리집 마당과 뒤채 보일러실에 문제가 좀 생겼다.

내일 그의 일을 마치고 와서 저녁 작업을 하기로.

필요한 부품 목록을 가지고 나갔다.

 

어제는 손목 골절로 아침부터 읍내 나가 깁스를 하고 오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큰 도시까지 가서 의사를 만나야 했네.

장 문제로 지난주 응급실을 갔던 후속 과정이었다.

기락샘이 어제부터 휴가를 내고 간병인 노릇을 하고 있다.

큰일은 아니었다. 다행했고, 그래서 고마웠고, 이게 다 물꼬 사는 덕인가 했다.

바깥밥을 먹고 왔다.

보리 굴비정식을 먹었는데, 상에 잡채가 나왔던 대로 거의 남았다.

제습이와 가습이를 위해 생선뼈도 챙기고,

잡채도 싸주십사.

좀 더 넣어서 포장했어요!”

그 마음에 화사해졌다.

친절은 꼭 장사하는 이들만이 가지는 기본이 아닐 것이다.

조금 마음을 더 쓰는 일이 아주 쉬운 일이라고는 못해도

그리 대단히 어려운 일도 아닐 것.

그의 작은 친절은 내 작은 친절을 부르고,

내 작은 친절이 또 다른 이의 큰 친절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좀 더 부드러운 혹은 다사로운 삶을 만들어 줄 테다.

누구든 그런 세상에 살고 싶을 테고.

 

사람살이란 게 늘 부대끼는 일이 없기도 어렵다.

사람이란 존재가, 인간 삶의 속성이 그런가 보다.

속끓이며 보내온 문자를 읽는다.


-붙어살아볼려고 주던 것이 습이 되고,

 상대들은 당연한 권리로 알고,

 가끔 힘들어서 나도 살아야겠어서 거절하거나 멈추면 아주 큰 잘못을 한듯 난리.

 내가 뭘 달라거나 지들 것을 뺏은 것도 아닌데 말이야.

 

달라고도, 누구 것을 뺏을 일도 없는 거인데 외려 주는 사람인데

상대가 주는 것도 잘 못 받는 사람인데

적어도 욕먹을 사람은 아닌데

게 다 결코 만만찮은 차는 그인데

그런 거 욕을 다 먹는 일이 있는가?

하기야 예수도 먹었다 했지.

 

-그래서 이제 좀 안그럴려고.

 나도 정신줄 놓고 습대로 주니까 받는 것도 습이 된거지... 다 내가 정신 못차린 결과지.

-근데 습대로 주어도 그리 안 받는 사람도 있을거여.

 준 게 왜 나쁨? 습대로 받은 놈이 나쁨!

 니 잘못이 아니네.

-아냐 습은 다 나빠. ! 그래 정신 차리고 우리 잘 주자:)

 

정신 차리고 살던 대로 살아가지 않기로!

 

학교 아저씨는 마늘밭을 매고,

5시에는 마을회관에서 어버이날 행사를 위한 부녀회 모임이 있었다.

독수리타법으로 5월 일정을 공지하다.

별일만 없다면 4주 뒤 깁스를 풀 수 있다는데

줄 선 일이야 산더미지만, 되는 대로!

다른 쪽 어깨도 아픈 참이니

덕분에 천천히 걸어보기로.

고마워라, 내가 호흡을 고르지 못할 때도 이렇게 살펴주는 은덕이라니.

4월에 이어 5월 빈들에도 동행할 정환샘한테 문자 한 줄.

그나저나 참으로 신비롭소, 물꼬의 삶이.

어깨며 장이며 소동을 겪고도 4월 빈들이 순조롭더니

딱 이리 경계를 주고

5월 빈들을 또 준비케 하는군요.

이어진 태국 일정에 지장도 없게.

딱 이 시기, 그대들 들여주신 반찬이 또 얼마나 유용한지.

에구, 5월까지는 또 살아주어야겠습니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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