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1.물날. 비 든 밤

조회 수 85 추천 수 0 2024.05.28 11:26:53


해야 할 일이 분명한 사람들은 결코 허무할 수 없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에서부터, 잊히는 참사 유족들의 외침, 외면당하는 차별금지법이며

사는 게 뭐 이러냐, 우리를 무기력하게 하는 것들이 나래비를 서도

우리는 오늘을 모시고 기쁨으로 온 생을 살지라! Why not?

 

흐리다 오락가락하던 비가 내리 추적이는 밤이었다.

저녁 6시 현철샘과 기락샘과 학교아저씨가 삼거리집 마당에 모였다.

수도 유입관 안의 밸브가 터져

어제부터 마당으로 물이 스며 나오고 있었다.

당연히 물의 세기는 시간에 비례하고, 미룰 일들이 못 되었다.

하는 김에 일 하나 마저 하라고

뒤에 보일러실의 낡은 수도관도 터져 물이 뿜어나오고 있었는데

그건 간밤에 해결했던 터다.

대개는 이런 일이 생기면 혼자서 어떻게든 감당하거나

학교 아저씨를 부르거나

혹은 사람을 불러도 곁에서 같이 섰어야 했다.

하지만 어제 깁스한 팔 덕에, 아직 통증이 가라앉지도 않아

한 발도 내다보지 않고 일이 되고 있었다.

지금은 쉬어가야만 하는 시절이구나 했다.

이장님이 한밤에 나와 마을수도 물탱크를 잠가주셨다.

비는 내리는데,

생각보다 수도관을 둘러싼 마당의 콘크리트 두께는 두꺼웠고,

그렇다고 내일 다시 장비를 챙겨 오는 것도 번거로울 일이었다.

깨고, 흙과 돌을 치워내고, 관 안의 망가진 밸브를 바꿔주고,

다시 흙과 돌을 채우고

상황 종료. 콘크리트 포장은 5월 빈들 전에 하기로.

삼거리집 창고 건물에 4월에 이어 벽화를 그리기로 하여

애고 어른이고 그때 마당을 오갈 것이라.

갈무리를 하고 보니 23시도 훌쩍 넘어들 있었다.

낡은 살림에서 벌어지는 끊임없는 보수가 지긋지긋하다고 여길지도 모르겠으나

수도 없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일이라고,

그래서 결코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다고,

오늘과 같은 내일은 없을 거라고,

그렇게 모험을 하며 사는 산골 삶이라고 적는다.

 

미얀마와 길게 국경을 두고 있는 태국에는

미얀마 군부 구테타를 피해서 넘어온 이들의 난민촌이 아홉 곳(주로 북쪽)이 있고,

그곳에서도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고,

조국에서 쿠데타와 싸우고 있는 반군을 지원하는 이들이 있다.

5월 말에 방문하는 지역에 있는 공장에도 서른 가까운 미얀마인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쌀이라고 했다.

군부독재와 싸우고 있는 반군을 지원할 수도 있겠고,

난민촌 학교를 후원할 수도 있고,

난민 개별을 도울 수도 있을 것.

태국의 한 대학생이랑 이번 보름의 여정을 짜고 있다.

우리가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사람들을 도와줄 수는 없지만

이웃의 몇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 수는 있을 것.

그것으로 그 이웃이 얼마쯤의 삶이 기쁠 수 있다면 우리 자신도 기쁜 일!

 

일이 많은 멧골의 철인데, 들일도 살림도,

팔이 이렇게 억지로라도 묶여 있지 않으면(못해도 달포는 깁스를 해야 한다고)

뒤틀린 장과 앓고 있는 어깨를 무리하게 쓰고 있었을.

덕분에 살살 움직이고 있음.

부디 계신 곳에서들 평안하시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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