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2.27.달날. 맑음

조회 수 1078 추천 수 0 2006.02.28 12:21:00

2006.2.27.달날. 맑음

읍내를 나갔다 늦게야 돌아왔습니다.
파를 주로 그리시는 돌학님과 택견을 하시는 적멸처사님을 만나고 왔지요.
무료로 택견을 보급하고 계신 분들입니다.
국화차를 놓고 모자란 제 생을 위로 받았더랍니다.
"선생이 애들이나 잘 만나면 되지..."
"사람살이가 그게 아니라니까.
애들 좀 못 가르쳐도 어른들하고 얘기를 해야 된다니까."
물꼬의 일에, 처음부터 사단이 날 일을 서명으로 받아두라 조언하십니다.
어째 최근의 시끄러운 일을 모르는 이들이 없습니다요.
연잎차와 손수 담은 포도주를 선물로 주셨네요.
물꼬 아이들과도 머잖아 만날 수 있겠지요.

놀란 신기가 잠을 잘 잤나 모르겠습니다.
어제 성빈이 현빈이 류옥하다랑 넷이 놀았더랬는데,
신기가 막 달려오며 울었지요.
까닭을 하다형아한테 물어 보라길래 저녁답에 물었더이다.
"신기가요, 해가 떨어질까 봐 무섭다 그래서
해 떨어진다고 했는데, 놀릴라고 그런 게 아니라(정말?)
해가 진다, 이런 뜻이었는데,
신기가 막 무섭다며 뛰어갔어요.
달랠라 그랬는데 가버렸어요.
별일이 다 있지요?"
재미난 아이들 나라입니다.
신기, 종훈이, 창욱이, 승찬이, 정민이, 동희,
그리고 나현이와 령이와 하다,
이 아이들과 살 시간들에 막 가슴이 벅찼습니다.
봄이잖아요.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잖아요.
상설학교로 실험기 2년을 거치고
이제 정말 시작이다 싶습니다.
그래서 비로소 이번 학년에 우리는 기념식수라는 걸 하려지요.
느티나무쯤으로 하려구요,
아이가 보고 자라고
그 아이가 자식을 낳고,
태어난 그 아이가 자라는 걸 볼.

"옥샘 열 내라고 쓴 글인데, 우리는 다 괜찮지요, 샘만 괜찮으면."
시끄러운 날들에 젤루 큰 위로가 된 한 밥알의 말이었답니다.
새 날들이 정말이지 재미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순하고 착한 사람들이랑 일하고 싶어."
서른 중반을 넘기며 한 후배가 회한처럼 하던 말이 떠올랐지요.
밥알식구들,
이런 어려운 시간들에 같이 걷고 있어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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