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2.28.불날. 눈

조회 수 1147 추천 수 0 2006.03.01 11:17:00

2006.2.28.불날. 눈

좋은 시 한편을 읽고픈 날입니다.
진눈깨비 날리더니 그예 눈발이네요.
온 나라 어디서라 없이 그러려나요?

지난해엔 스물여섯의 병아리를 봄날에 새로 맞았습니다.
다사로운 날 그들이 태어나서 마당 한켠을 채우던 신기함이라니...
올해도 젊은 할아버지는 한달 여 부화시킬 계란을 모으고 있습니다.
너무 차지 않은 곳에 두었다
훈풍이 불면 암탉한테 품게 한다지요.
가마솥방 물잔 받침 맨 아래칸은
부화계란이라는 별표를 단 달걀이 두 층이나 놓여있답니다.

새쉼터(쓰고 보니 이것도 기네요. 이제 '새터'라 해야겠습니다.)포도밭의
쳤던 가지들을 끌어내고 있지요.
아침녘에도 잠깐 했네요.
썩 괜찮은 불쏘시개는 못되더라도
아궁이에서 잔불을 일으켜줄 것입니다.

달골 집 두 채에 대한 준공검사가 있었습니다.
까다롭다면 한없이 까다로운 절차라고
건물을 짓고 있던 정의훈님네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더니,
건축물 대장에 이름을 올린 뒤에 어느 선까지 집을 잘 쓸 수 있는지
지혜까지 나누어주고 가셨답니다.
법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허용범위를 잘 알려주셨지요.
"같은 군내 있는데 모르나요?"
물꼬를 이래저래 아는 이들이 그들의 자리에서
그렇게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열심히, 착하게 살아야지 하지요.

상범샘네는 낼 부산 어르신 생신이어 저녁답에 대해리를 나갔고,
종훈이네가 살림 얼마를 또 실어와 부렸습니다.
공동체식구들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던 박진숙님은
그 신기한 접시로 앓고 있는 어깨를 풀어주겠다는데,
먼 길 온 걸음이 고단겠어서 다음에 해 달라 하였지요.
젊은 할아버지와 열택샘은 직지사의 불날 법회에서
오늘은 차를 마시기로 하여 찻잔을 둘 챙겨갔습니다.
하다는 저녁 8시에 간장집으로 돌아와
양말은 안 신고 다니니 빨 일 없고
겉옷 벗어 탈탈 털어 개켜놓고 하루를 기록하더니
책을 읽다 9시를 가리키는 걸 보고는 불을 끕니다.
죙일 스스로의 삶을 꾸리고 있습니다, 저만큼의 크기로.
아이들이 자라니 이리 수월습니다.
초등 4년 즈음이 다음 고비라던가요?
저만하면
가을을 넘기지 않고 새로 맞을 동생을 잘 건사할 수 있겠습니다.
몇 살쯤 되는 어떤 마음의 아이가 인연이 될 지요,
또 어떤 아이가 우리를 성장시키려 나타날 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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