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3.5.해날. 흐린 밤하늘

조회 수 1108 추천 수 0 2006.03.06 16:40:00

2006.3.5.해날. 흐린 밤하늘

달골의 아이들집 햇발동에는 2층에 방이 넷, 아래층에 '오신님' 방이 하나,
운동장 같은 다락 '더그매'(원래는 지붕과 천장 사이를 일컫는 말)가 있지요.
'하늘과'(하늘방이라 부르지요)에는 승찬이 정민이 류옥하다 신기가,
'바람과'(바람방)는 나현이가,
'별과'(별방)는 령이 동희 창욱이 종훈이가 씁니다.
'시'(큰엄마방)는 기숙사 사감격인 큰엄마 홍정희엄마가 쓰시구요.
'창고'(唱鼓 노래 부르는 북)동은 아직 손이 더 가야 쓸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엔 2층으로 두 동이 이어지는 구름다리가 놓일 참이지요.
집들이 날도 받았습니다.
3월 19일 해날 마을 어르신들 모시고 하려지요.

오전엔 달골 햇발동 짐 정리를 하고
2시에는 1기 형님들 모임이 있었습니다.
내일 '첫걸음예'(입학식과 개강식)에서
새로 학기를 이곳에서 시작하는 아이와 학교를 처음 다니게 된 1학년에게
어떤 얘기를 들려줄까 의논도 하였지요.
2시 30분부터는 온 식구가 마당에서 축구를 했습니다.
저도 선수로 처음 뛰어봤지요, 아하, 그 재미로 그렇게들 뛰었던 겁니다.
"우리 주마다 해요."
"큰일났네, 옥샘 바람 들었네."
김점곤아빠가 골키퍼면 골문이 꽉 차서 공이 안 들어가고
이은영엄마가 골키퍼면 낮은 쪽만 그득 차니 위로 넣어야 한다지요.
"우리가 넣을 때까지 계속 2분 남은 거야."
열택샘의 어거지에도 정운오아빠의 황금골이 터져버리고야 말았지요.
선수가 교체되기도 하고
같이 뛰던 어린 녀석들이 개울로 놀러가 버리기도 하면서
무려 두 시간을 뛰었더랍니다.
그렇게 재미나게들 살자지요.
"사는 재미가 이런 게 아닐까, 웬지 모르게 설레고
애 물꼬 보내 대통령 만들 것도 아니고, 벅차고..."
어제 달골모임에서 정운오아빠가 그랬지요.
"첫마음처럼 늘 그러기를..."
이광열 아빠가 그리 당부를 했고,
"어제까지 이상이 오늘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짐 풀며 이제 현실이구나 싶었지요.
애 인생 뿐만 아니라 내 인생(귀농)도 걸린 일인데..."
잘 하고 싶다는 김호성아빠도 계셨지요.
아이들처럼 어른들도 참 순하신 분들이란 인상이 강했던 달골모임이었습니다.
이사며 모든 일의 순조로움이 그 순한 결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데요.
그같은 분위기가 놀이 속에서도 배어난다 싶은 오후였답니다.

"세상에, 얼굴 못 알아보면 어쩌나 싶더니..."
변정희님이 다녀가셨습니다.
안 지야 십수 년도 더 되지 싶어요.
연구년을 맞아 다른 나라로 떠나기 전
다른 공동체마을에서 살고 있던 그를 만난 게 마지막이었지요.
"17년을 살았지."
"나올 때가 됐네."
정말 지금은 익산의 한 고교의 기숙사사감으로 계셨습니다.
공동체에 살았던 날들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그 안에서만 오랜 세월을 갇힌 듯 살았는데도,
사람들이 오며 가며 주고 받은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며
나와서 더 크게 그 시간들을 보게 된다시데요.
공동체를 꾸려 가는데,
서로 할퀴고도 그래도 차마 돌아설 수 없어 또 어떻게 해보려는 핏줄관계처럼,
그런 사랑의 끈이 있어야겠다십디다.
"그 귀한 말씀 전하려 강림하신 게로군요."
이렇게 얽히고 설킨 귀한 연으로 우리 생이 간다지요.
한참 손을 흔들며 그를 보냈더랍니다.
훌륭한 경험들에 귀 기울이며 우리도 잘 살아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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