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3.9.나무날. 흐릿 / 조릿대집 집들이

조회 수 1289 추천 수 0 2006.03.11 15:47:00

2006.3.9.나무날. 흐릿 / 조릿대집 집들이

나무날과 쇠날 오전엔 중심생각공부가 늘 있지요.
한 가지 중심생각을 한 학기, 혹은 한 해 내내 다루는 시간입니다.
통합교과인 셈이니 과목이 두루 이어져 있는 거지요.
올 해는 지난 학기에 이미 결정이 돼 있었더랍니다.
"콩이랑!"
어떤 공부를 해 볼까냐 물었더니
콩은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자라는가,
다른 식물들과 무엇이 다른가,
콩의 종류와 역사, 영양가,
콩도 생각을 할까,
콩 생산량, 소비량, 수출입,
콩으로 할 수 있는 요리와 새로운 요리,
두부와 메주 만드는 과정,
콩나물 기르기,
콩으로 할 수 있는 치료,...
끝이 없습디다.
게다 물꼬 농사부에서 콩을 기르기도 할 것이니
안팎으로 좋은 공부가 되겠지요.

점심이 중심식사시간이니 달골에서 큰엄마도 내려오지요.
이 시간 마다 차를 마시며 기숙사와 학습공간이 연계될 수 있도록
아이들 얘기를 나누기로 합니다.
큰 엄마 아들인 승찬이가 좀 치이나 봅니다.
내 애새끼로 출발한 일인데 정작 내 애는 밀쳐지기 십상이지요, 같이 사는 일이.
짧은 며칠이었으나 이 안에서 아이를 키우는 저를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합니다.
"이런 엄마 이런 조건도 저(아이) 팔자지요."
아이들이 자기를 둘러싼 환경을 우리보다 잘 이해하고
그 속에 외려 더 잘 성장하는 것 같습디다고 위로해줍니다.

승찬이랑 나현이가 큰형님노릇을 제대로 합니다.
단소 부는 연습을 할 때도 곁에 있는 어린 동생들이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으면
입술 위치를 맞춰 위아래로 단소를 잡아줍니다.
승찬이는 동생들을 참 잘 데리고 놀지요,
말 그대로 데리고 놀아줍니다.
포도밭일을 끝내고 이 저녁에 무엇들을 하고 있으려나요?
큰 녀석들은 어른들과 공을 차고 있고
저학년들은 모래놀이터에서 모여 있데요.
나현이는 효민(여덟 살이나 학교를 쉬고 있는, 정민이 동생)이를 데리고 놀구요.
평화로운 저녁입니다.

저녁 일곱 시,
'호숫가나무'(경건의 시간)와 '두레상'(마을자치회)이 있는 나무날이지요.
오늘은 동희네와 종훈이네, 그러니까 조릿대집의 집들이가 있는 날입니다.
학교를 가운데로 앞마을 뒷마을로 나뉜, 큰마와 댓마에 떡을 돌리고
댓마 어르신들 몇과 물꼬 식구들이 저녁을 같이 먹었답니다.
아이들은 한 달 치는 족히 될 만치 고기를 먹고는 달골에 오르고
어른들은 마당 평상 두 개와 마루 앞 섬돌자리,
그리고 방에서 얘기들을 나누었지요.
밤이 되자 바람 끝이 제법 매워
고기 굽던 한켠에 작은 모닥불을 피우고
신씨할아버지며 몇 어른들이 도란거리는 일이 참으로 다사로웠는데,
사는 일이 별 걸까,
이렇게 우리 생이 채워지는 구나 싶데요.

새로운 마을 식구들이 이 산골서 잘 뿌리내리길 바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54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7901
6653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343
6652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5094
6651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740
6650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607
6649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565
6648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553
6647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520
6646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489
6645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472
6644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447
6643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314
6642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234
6641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805
6640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769
6639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705
6638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702
6637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2006-05-27 3663
6636 12월 9일, '대륙보일러'에서 후원해온 화목보일러 옥영경 2004-12-10 3565
6635 2007.11.24-5. 흙-해날. 맑음 / 김장 옥영경 2007-12-01 353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