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3.20.달날. 맑음

조회 수 1076 추천 수 0 2006.03.23 09:53:00

2006.3.20.달날. 맑음

제가 사는 학교 사택 간장집 댓돌에 걸터앉았노라면
왼편 앞으로 흙집이 한 채 있다지요.
물꼬가 대해리 처음 들어오던 96년 가을
우리들에게 큰 그늘이던 옛 이장님의 이모님댁이라
저희도 이모님, 하고 부르는 댁의 아래채랍니다.
"나 시집올 때도 있었어."
일흔을 바라보는 한씨할머니 말씀 아니어도
아주 오랜 세월을 읽기에 어렵지 않은 집이지요.
그 뒤란을 따라 황매화가 피고 지고 모과꽃이 모과를 건져 올리며
오디가 대롱거리고 감꽃이 후두둑 떨어져내립니다.
달빛 고운 날이기라도 하면 눈을 뗄 수가 없지요.
눈이 날리는 날은 눈발 사이로 집 자락을 기웃거리며 서성입니다.
사는 게 고맙고,
사는 게 흐뭇해지지요.
오늘도 그 흙집 아래 서서 마음이 온통 푹했더랍니다.

생활체육협의회의 도움으로 검도도 했고 스포츠댄스에 에어로빅 재즈댄스도 했는데
이번 학기엔 방송댄스란 것까지 하게 됐지요.
아이들은 저들끼리 버스를 타고 가고 옵니다,
생활체육센터에서 간식을 실어간 저랑 만나기는 하지만.
"공, 아직 안 닳았어요?"
재작년에 농구공과 축구공을 한 가마니 지원해주었더랬는데,
또 필요하면 말하라 합니다.
"축구는 어찌 좀 안될까요?"
지난 학기에 정육점을 하는 전직 체육코치한테 부탁을 넣은 적이 있는데
결국 시간을 못내셨거든요.
길을 만들어 보자십디다.
아, 축구도 제대로 가르치고 싶어요...
사무국장님이 아이들한테 유도체육관도 개방해주고
버스 타는 데꺼정 차도 태워주며 붕어빵까지 사주셨다데요.
우리 아이들, 참 복도 많은 녀석들이랍니다.

어른들이 하는 달골 포도밭 나무껍질 벗기기가 거진 돼 가는 모양입디다.
아, 말씀 드렸던가요, 달골 햇발동과 창고동 사이엔 구름다리가 놓였고,
창고동은 내부 개조가 한창이라지요.
물론 현장소장님이 긴긴 겨울을 나고 돌아와
공사를 진두지휘하고 계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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