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3.23.쇠날. 맑음

조회 수 1159 추천 수 0 2006.03.27 10:27:00

2006.3.23.쇠날. 맑음

어제 갈무리를 못했던 '콩이랑'시간을 다시 끌어와
얘기를 더듬은 뒤 공책정리들을 하였습니다.
가마솥방으로 자리를 옮겨
물을 담아둔 큰 대야에 두 가닥으로 된 받침나무를 걸치고
그 위에 시루가 놓았지요.
어제 불려둔 쥐눈이콩을 건져 짚을 깐 뒤
콩을 쏟아 자리를 잡아주고
물을 흠뻑 끼얹었습니다.
그리고 허드렛 겨울외투를 찾아와 뚜껑삼아 덮었지요.

아, 그런데요, 이건 비밀인데요,
글쎄 열택샘이 피아노 위에 놓였던 두루마리 화장지를
아이들이 달골에서 길어내렸던 물에다
그만 퐁당 빠뜨리지 않았겠어요.
콩과 콩나물에 대해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하던 아이들을 놓고
먼저 가마솥방에 들어섰던 제가 그만 그 사건을 들어버렸지요.
새하얀 화장지, 그거 순전히 형광물질 떡이라지 않던가요.
급히 동쪽 개울로 달려가다 표고목 자리를 손보던 정운오아빠를 만나
얼른 도움을 청했습니다.
"아쉬운 대로 저 물이라도 길어 바꿔놔야겠어요."
아이들은 기어이 달골까지 또 갔다 오겠다 나설 테니까요.
그리하야 동쪽 개울물은 달골 계곡물로 둔갑하게 되었답니다.
비밀, 또 비밀입니다요.

손말로 물꼬에서 잘 불리는 노래 둘을 익히고,
넘의말 시간엔 계절이 오고가는 그림책을 들여다보고 놀이도 하다,
연극놀이로 넘어 가선 복도에서 걷기연습을 하고
손으로 마임을 해보았답니다.

유쾌하고 숨 가쁜 쇠날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918 2021. 9.12.해날. 맑음 / 치목 첫날 옥영경 2021-10-28 409
917 2021. 9.13.달날. 가끔 구름 / 밤에 만난 벌, 그리고 물꼬의 자생성에 대한 몇 자 옥영경 2021-10-28 510
916 2021. 9.14.불날. 구름 좀 / 안전한 곳으로 피난을 간다? 옥영경 2021-11-14 359
915 2021. 9.15.물날. 맑음 옥영경 2021-11-14 355
914 2021. 9.16.나무날. 흐리다 밤 비 옥영경 2021-11-14 412
913 2021. 9.17.쇠날. 비 조금 옥영경 2021-11-14 360
912 2021. 9.18.흙날. 맑음 / 공사 여드레째 옥영경 2021-11-14 387
911 2021. 9.19~20.해~달날. 맑음 옥영경 2021-11-18 361
910 2021. 9.21.불날. 비 내리다 오후 갬 / 한가위 보름달 옥영경 2021-11-18 610
909 2021. 9.22.물날. 비 내리는 오전 옥영경 2021-11-18 360
908 2021. 9.2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1-11-21 354
907 2021. 9.24.쇠날. 맑음 옥영경 2021-11-24 353
906 2021. 9.25.흙날. 예보 없던 가랑비 옥영경 2021-11-24 361
905 2021. 9.26.해날. 갬 옥영경 2021-11-24 378
904 2021. 9.27~28.달날~불날. 맑았고, 이튿날 흐리다 밤 비 옥영경 2021-11-24 525
903 2021. 9.29.물날. 흐리다 비 / 덧붙이 공사 보름째 옥영경 2021-11-24 381
902 2021. 9.30.나무날. 맑음 / 설악에 깃들다·1 옥영경 2021-11-24 445
901 2021.10. 1.쇠날. 새벽비 / 설악·2 옥영경 2021-12-01 466
900 2021.10. 2.흙날. 오늘도 새벽비 / 설악·3 옥영경 2021-12-01 420
899 2021.10. 3.해날. 맑음 / 설악·4 옥영경 2021-12-01 39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