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3.24-5.쇠-흙날. 맑음. 떼 뜨러 가다

조회 수 1491 추천 수 0 2006.03.27 10:28:00

2006.3.24-5.쇠-흙날 / 떼 뜨러 가다

달골 햇발동과 창고동 둘레에 자갈을 까네 잔디를 놓네 하다
결국 잔디를 깔기로 결정하였지요.
현장소장님이 150여 평 분의 잔디를 사겠다 하였습니다.
"저희 집에 많은데..."
시골 어머니댁에 잘 깔린 잔디 40평이 넘게 있다 하니
그거라면 몇 백 평도 깔 수 있다 합니다.
"떼 뜨러 가자!"
"나들이 삼아도 가지요, 뭐."
"전리품도 좀 챙겨오고..."
"소주라도 한 잔 걸치려면 하룻밤 자야지."
다섯 장정이 쇠날 저녁을 서둘러 먹고는
차 세 대로 해거름에 남도를 향했지요,
저랑 류옥하다도.

산골 사람들 회 구경이 힘들 거라고
한 밤에 닿았는데도 회와 매운탕이 차려져있었습니다.
"우리 어머니댁 온 거 같네."
시골살이가 아직 익지 않았을 김점곤아빠도 잘 잔 모양입니다.
불편한 잠자리에도 편히들 잔 얼굴들이었지요.
이른 아침 잔디를 깎고,
집 구석구석에서 물꼬 살림으로 옮겨올 것들을 살펴도 보고,
둘레를 산책도 하였습니다.
다들 참 편하데요.
저도 좋데요, 마음이 걸리지 않는 식구들이랑 친정나들이를 가니.
새벽 어시장에 나가 사서 말려둔
도다리며들이 들어간 해장국은 개운도 하였습니다.
배가 가라앉기도 전에 참으로 두툼한 해물파전이 나오고,
점심으로 아구찜에 저녁으로 생선탕에
싹싹 냄비 긁으며 먹었습니다.
"일하려고 먹는 게 아니라..."
"잘 먹어서 일이 하나도 안 힘드네."
음식이 입에 쩍쩍 달라붙는다며 어르신 기분도 살피는,
인사성도 밝은 우리 식구들이라지요.
"어머님, 옥샘한테 좀 가르쳐주시면..."
숭늉까지도 다 비우고는
잘 익혀 물꼬 가서 해달랍니다.
"오늘 안에 갈 수는 있겠나?"
워낙에 일을 열심히 하는 이들이니 아무렴요.
삼촌(젊은 할아버지), 정운오아빠, 김점곤아빠, 열택샘, 상범샘,
그리고 이웃 아저씨까지 잔디를 떴습니다.
류옥하다도 거든다고 나와
잔디를 쌓아두면 저가 야물게 묶어 차 앞으로 가져다 놓데요.
파를 다듬다 설거지를 하다 저도 간간이 가서 잔디의 흙에 방망이질을 하는데,
밭에 나가 앉은 아주머니들의 수다마냥 즐거웠답니다.

저녁 8시에야 트럭 두 대가 먼저 길을 나섰지요.
잔디를 가득 싣고(일일이 흙을 다 털어냈더라지요),
지난 봄, 학교로 그렇게 실어 날랐던 나무들에 이어
연못에 나지막한 그늘을 드리우며 자란 향나무 두 그루에
회향나무며, 배롱나무들도 실었지요.
커다란 항아리째 실은 된장, 대오경운기 부품들, 몇 가지 살림살이,
단금질하는 쇳덩이와 받치는 통나무까지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나이를 먹어도 어른들 그늘로 사는 우리네라지요.

삼촌이 간장집에 올라와 그러셨지요.
"꼭 고향집에 다녀온 것 같애요.
술 많이 드시면 내내 얘기하는 우리 아버지 생각도 나고..."
우리 모두가 한 집안 식구들 같아
마음 어찌나 푹하던 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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