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4.7.쇠날. 맑음

조회 수 1159 추천 수 0 2006.04.10 09:23:00

2006.4.7.쇠날. 맑음

아이들이 돌고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달골에서 내려오는 아이들 가방을 받아 학교로 먼저 돌아왔지요.
"꿩이요..."
"머위꽃이 이만큼이나 컸어요."
"냉이꽃이 되게 많았어요, 꽃다지도."
"느티나무 언덕에도 올라갔어요."
"진짜 달골 집이 웅장했어요."
"그런데요..."
원래 느티나무 언덕에 갈 계획은 없었는데
더딘 정민이와 종훈이를 기다렸던가 봅니다.
"정민이와 종훈이 땜에 30분이나 허비했어요."
"그래도 우리 재밌게 놀았잖아요."
오늘 아침은 어른들에게 '긍정'을 가르쳐주는 우리 새끼들이랍니다.

'손말'은 '색상'에 대해 배웠지요,
희고 검은색, 빨강, 분홍, 주황, 초록, 연두,... 그리고 은색에 금색까지.
"진한 파랑은 어떻게 해요?"
"아하, 그건 진하다를 너무, 매우, 그런 말처럼 쓰면 안 될까?"
저들이 방법을 찾아도 봅니다.
그래서 진한색도 손으로 말할 수 있게 되었지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배우는 아이들입니다.

'넘의 말'은 동물농장으로 갔지요.
아니, 아니요, 정말 거길 간 건 아니고
동물과 그들이 내는 소리를 가지고 논 거지요.
곽보원엄마가 신명나게 해주십니다.
소란하지 않게 과장되지도 않게
참 자연스레 아이들에게 영어를 잘 가르쳐주시지요.
연극요?
노래극 만드는 것에 대해 익혔습니다.
5시가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20분도 지나고...
저들끼리 작은 노래극을 만들어도 보았지요.

<비밀과 거짓말(Secrets and Lies)>는
<네이키드>를 만들었던 바로 그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지요.
시카고에 머물고 있을 적 그의 영화회고전을 하던 시카고컬쳐럴센터에서
참 따뜻하게 보았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런던, 젊고 지적인 흑인여성 홀텐스가
양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뒤 친어머니를 찾아 나서서
공장노동자로 어렵게 살아가는, 회한이 많은 어머니 신시아와
그의 가족을 만나는 이야기였지요.
이적지 마음에 머무는 대사들이 있습니다.
"더 나쁜 직업도 있잖아. 웃어야지 어쩌겠니? 아니면 울게 되지."
거리청소부인 딸에게 신시아가 들려주던 말이었지요.
그래요, 웃어야지 어쩝니까, 아니면 울게 되는 걸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리운 건 아버지였다며
평범한 말을 참 적절하게 잘 읊은 장면이었지요.
영화가 막바지로 갈 때 생일파티를 하던 모두는 홀텐스가 버려진 딸임을 알게 되고
모두 제 처지에서 혼란스러워하는데,
그동안 그들이 사이 사이 해왔던 갈등도 얽히지요.
"우리 모두 고통 속에 있는데 왜 함께 나누면 안 되지?"
신시아의 남동생이 외칩니다.
그러게요, 왜 나누면 안 되지요?
"진실이 최고야. 그래야 상처받는 사람이 없어."
그리고 그들은 마음을 털며 어려웠던 시간들을 정리합니다.
갈등하던 딸과도 버렸던 딸과도 뒤뜰에서 일광욕을 하며 말하는
신시아의 마지막 대사는 가슴을 오래 치지요.
"이게 바로 사는 거야."
사는 것, 무에 그리 중뿔날 일이겠는지요,
살 일입니다, 다만 살아낼 일입니다,
누구에게보다 자신에게 진실 되게, 자신에게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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