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4.11.불날. 저녁에 갠 비

조회 수 1313 추천 수 0 2006.04.15 09:39:00

2006.4.11.불날. 저녁에 갠 비

철공이 어떻게 물에 뜨는 것이 가능할까를 따져보는
생활과학시간이었습니다.
가마솥방은 자주 우리들의 실험실이지요.
무게가 같은 매실즙병과 넓은 그릇을 물에 띄워보는 실험을 하기 전
나름대로 자신이 짐작하는 바를 설명하는데
2학년 류옥하다가 자신의 생각을 너무나 열심히 펼쳐가고 있었지요.
이곳에서 하는 배움이
아이들을 저리 자유로운 사유의 세계로 이끄는구나 싶데요.
그런데 6학년 승찬이가 고개 주억거리며
자기가 이해된 바를 류옥하다에게 확인해주었습니다.
"아, 그러니까 무게가 같더라도 표면의 면적이 다르니까..."
그래 너 잘났다 하지 않고
(예전엔 우리 배움방에서 자주 그렇게 싸움이 일어나고는 하였거든요)
한참 동생의 말일지라도 귀기울여듣고 제 생각을 나누데요.
겸손이지요.
감동입디다.

할말들이 많다 하기
국화시간을 좀 빌어 둘러앉았더랍니다.
때로는 말로 풀어야할 것들이 있지요.
자연스레 시간이 흐르며 푸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제 때 풀지 못한 것이 마음의 화근이 되어
건널 수 없는 강이 되기도 하는 거니까요.
말이 무어라고
몇 마디 서로 오고가고 가운데서 중재자 노릇을 하면
그만 금새 해결이 되어버립니다.
이번 기 아이들의 큰 특징이기도 하겠지요.

단소도 불었습니다.
"너무 쉬워요."
'아리랑'과 '군밤타령'을 먼저 익혀두니 '학교종'은 거뜬하답니다.
'어버이은혜'도 복사를 해 와야 했지요.

"작년에는 꼭 쇠날에 비가 왔는데..."
그러게요.
지난 가을학기엔 몇 주씩 흐린 쇠날이 이어졌더라지요.
이번 학기는 불날이 그러네요.
아이들이 밭에 나간 지 달포가 되었겠습니다.
또 장구를 매는 거지요.
갑자기 서울 출장을 갈 일이 생겨 상범샘이 수업을 들어갔고
마치고는 대동놀이를 신나게 한 바탕 하였다 합니다.

마을식구들이며 숯가마를 갔습니다.
김천 저어기 산골에 숯을 내고 고기를 굽는 집이라
따로 돈을 들일 것도 없답니다.
직지사 들머리 벚꽃 아래서 보리밥도 먹으며
밥알공동체가 학교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머리들을 맞댔다지요.

나날이 즐겁게 살아가는 이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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