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4.19.물날. 비바람

조회 수 1280 추천 수 0 2006.04.21 08:47:00

2006.4.19.물날. 비바람

새잎들 뒤에 용하게 숨어있던 겨울을 봄바람이 죄 쓸어내느라
간밤엔 그리도 날씨가 거칠었나 봅니다.

아침, 김점곤아빠가 달골로 올라 아이들을 태워내렸지요.
늦은 마중을 나갔더니 트럭이 지나갑디다.
아, 이런 날도 있네,
마을식구로 부모들이 같이 사니 이리 좋네 싶더이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장편을 읽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초등 4년 때 그 책을 읽고 쓴 느낌글을 기억합니다.
이제 그 책을 아이들에게 들려줍니다.

단소 연습을 하였습니다.
나현이가 창욱이를, 하다가 신기를,
승찬이가 정민이를, 동희와 령이 종훈이를 ‘도움주기’ 하였지요.
“1학년들도 무대에 서야 해요!”
1학년들 저들도 서고픈 모양인지 안한다고는 안하고,
다른 아이들은 못하는 아이가 있어도 묻혀갈 수 있으니
기어이 같이 무대에 서야 의미 있다며
잘 가르치고 있답니다.
하다 하다 안 되면 노래라도 곁에서 부름 되겠지요.
사이좋은 아이들을 보는 건 얼마나 큰 기쁨인지요.
형님들이 ‘스스로공부’를 떠난 시간엔
1학년들이랑 그림동화책을 읽으며
한글 공부를 하였답니다.

지난해 12월 17일 아이들과 가다 언덕으로 굴러 떨어진 뒤로
여직 아이들을 태우고는 운전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그것도 이곳의 기적의 한 체험이었지요.
아무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거든요, 차는 고칠 수가 없을 만치 망가졌는데.).
그런데 달골이며 학교며 농사부며 도저히 짬이 안 되는 데다
상범샘까지 오늘이 마감인 중요한 서류 하나를 내기 위해 서울 출장 중이었지요.
봄이 깊어가니 추위가 주는 공포도 줄고
심했던 어깨앓이도 그만그만해졌으니
그래 해보자, 그렇게 아이들을 태웠더랬습니다.
잔뜩 어깨가 긴장되긴 하였으나
수영장에 무사히 다녀왔지요.
무수한 얘기를 주고받으며 돌아왔습니다.
정작 운전을 하지 않고 큰엄마 곁에서 올 땐 그저 졸음에만 겹더니
아이들과 실컷 수다를 떨었지요.
4.19 혁명 기념일이니 그 역사적 의미도 잘 새겼더이다.
아, 창욱이가 물을 너무 어려워해서 잠시 쉬기로 하고
1학년이라고 밀렸던 신기와 종훈이가 수영장을 들어섰더랍니다.
얼마나 가고 싶었던가를 비로소 고백하데요.
어여 어여 좀 더 큰 차가 생기는 날이 와서
모두 모두 다 태우고 다닐 수 있음 참말 좋겠습니다.

장구도 치고 판소리도 하던 저녁 시간,
웃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고음을 내느라고 벌개지고 찌그러진 얼굴을 향해 북채를 내밀면
얼버무리는 말처럼
싸악 웃음으로(가사는 호방한 기상을 드러내는 대목인지라) 넘어갑니다.
마치 코미디언처럼 말입니다.
문제의 잡지사 건으로 깊이 슬펐던 시간을
바로 저 아이들의 힘으로 살아간다 싶었지요
(하기야 어디 그 뿐일까요, 논두렁, 품앗이, 선배, 후배, 이웃,
누구보다 공동체식구들과 마을식구들(밥알) 덕이야 물론이지요).

오셨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샘이지요.
논두렁 홍사숙샘이십니다.
며칠 머무르며 손발을 보탠다신 소식을 들은 뒤로
오실 날을 꼽고 또 꼽았더라지요,
친정아버지 딸네 나들이처럼.
“민망하여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지난 1월부터 겪고 있던 홈페이지의 시끄러운 일로
어르신들 얼굴을 뵙기가 영 모독잖습니다(불편하다는 경상도 방언).
그래도 어르신들 사신 긴 세월들에 견주면
(그 세월 무슨 일인들 없었을 라구요),
못 견딜 시간들일 것도 없지요.
그저 어르신들 뵙는 게 힘이고 또 힘입니다.
고맙습니다.

참, 올 해는 국제청소년(청년)교류가 두 건이나 잡혔네요.
차차 진행상황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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