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4.21.쇠날. 두 돌잔치에 그대를 맞습니다!

조회 수 1249 추천 수 0 2006.04.26 12:35:00

2006.4.21.쇠날. 두 돌잔치에 그대를 맞습니다!


날리는 살구꽃잎 위에 앉은 아이들
- <자유학교 물꼬> 두 돌잔치를 맞으며


바람이 달디 달아서
살아 숨쉬는 것들이라면 수런거리지 않을 수 없는 봄밤이지요.
십수 년을 준비하고
마침내 2004년 삼월삼짇날(양력 4월 21일) 문을 열었던 산골공동체배움터가
두 돌을 맞습니다.

고향을 떠난 이들은 너무 멀어서 못 오고 너무 바빠서 못 와도
아주 먼 곳일지라도 봄이면 어김없이 달려오는 이들이 있습니다.
산수유가 언덕배기에 먼저 닿고
복사꽃 앵두꽃 자두꽃 사과꽃 봄맞이꽃이 뛰어와 숨을 고르지요.
푸른 마늘밭,
못자리를 내려고 가는 쟁기,
어데서 저 많은 것들이 숨어있었던 걸까 싶은 개구리들,
산골 봄날의 그것들만 보고 살아도 큰 배움이겠습니다.
그 밭에서, 들에서, 아이들이 놀며 일하며 커갑니다.
고마울 일입니다.

‘나무를 베면 / 뿌리는 얼마나 캄캄할까’는
어느 시인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아이들 존재 하나 하나에 환한 볕이 들도록 애쓰며 살고 싶습니다.
좋은 일, 즐거운 일에 더 힘을 쏟으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중뿔난 생이 어딨을까요,
나눠주는 마음, 보태주는 손발들이 만든 그늘에서
가난한 산골학교가 이태를 넘길 수 있었지요.
무엇으로도 고마움을 전할 길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다시 찾아온 4월 21일,
날리는 살구꽃잎 위에 올라앉은 아이들이 여러분을 모십니다.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운동장가의 소나무와 살구나무 사이를 선물처럼 걸어 들어와
기쁨 함께 누리소서.

(2006.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402 2020. 1.22.물날. 오후 짤끔거리다 저녁비 옥영경 2020-02-21 476
1401 2020.10.10.흙날. 맑음 / 새 책 출간 계약서 옥영경 2020-11-18 475
1400 2023. 8.16.물날. 맑음 / 산청 왕산(923m)에 들다 옥영경 2023-08-18 474
1399 2020. 3. 1.해날. 맑음 옥영경 2020-04-01 474
1398 2019.11. 3.해날. 맑음 옥영경 2019-12-27 474
1397 2020. 2.26.물날. 갬 옥영경 2020-04-01 473
1396 2020. 2.10.달날. 대체로 맑음 옥영경 2020-03-06 473
1395 2019.11.12.불날. 맑음 옥영경 2019-12-31 473
1394 2019.10.28.달날. 맑음 / 우리 아이가 잘 먹지 않아요 옥영경 2019-12-16 473
1393 2019. 9. 6.쇠날. 흐리다 비바람 옥영경 2019-10-16 473
1392 172계자 나흗날, 2023. 8. 9.물날. 끊어지지 않는 빗줄기 옥영경 2023-08-11 472
1391 167계자 나흗날, 2021. 1.20.물날. 해 옥영경 2021-02-08 472
1390 2020. 2. 6.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3-05 472
1389 2020. 3.10.불날. 비 옥영경 2020-04-12 471
1388 2019. 6. 9.해날. 구름 조금 옥영경 2019-08-05 471
1387 173계자 닫는 날, 2024. 1.12.쇠날. 맑음 옥영경 2024-01-15 470
1386 2020. 3.11.물날. 갬 옥영경 2020-04-12 470
1385 2019.12.31.불날. 해 옥영경 2020-01-17 470
1384 2019.11. 6.물날. 오후 흐림 옥영경 2019-12-28 470
1383 2019. 9.30.달날. 맑음 / 어머니는 남는다 옥영경 2019-11-22 47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