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4.21.쇠날. 두 돌잔치에 그대를 맞습니다!
날리는 살구꽃잎 위에 앉은 아이들
- <자유학교 물꼬> 두 돌잔치를 맞으며
바람이 달디 달아서
살아 숨쉬는 것들이라면 수런거리지 않을 수 없는 봄밤이지요.
십수 년을 준비하고
마침내 2004년 삼월삼짇날(양력 4월 21일) 문을 열었던 산골공동체배움터가
두 돌을 맞습니다.
고향을 떠난 이들은 너무 멀어서 못 오고 너무 바빠서 못 와도
아주 먼 곳일지라도 봄이면 어김없이 달려오는 이들이 있습니다.
산수유가 언덕배기에 먼저 닿고
복사꽃 앵두꽃 자두꽃 사과꽃 봄맞이꽃이 뛰어와 숨을 고르지요.
푸른 마늘밭,
못자리를 내려고 가는 쟁기,
어데서 저 많은 것들이 숨어있었던 걸까 싶은 개구리들,
산골 봄날의 그것들만 보고 살아도 큰 배움이겠습니다.
그 밭에서, 들에서, 아이들이 놀며 일하며 커갑니다.
고마울 일입니다.
‘나무를 베면 / 뿌리는 얼마나 캄캄할까’는
어느 시인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아이들 존재 하나 하나에 환한 볕이 들도록 애쓰며 살고 싶습니다.
좋은 일, 즐거운 일에 더 힘을 쏟으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중뿔난 생이 어딨을까요,
나눠주는 마음, 보태주는 손발들이 만든 그늘에서
가난한 산골학교가 이태를 넘길 수 있었지요.
무엇으로도 고마움을 전할 길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다시 찾아온 4월 21일,
날리는 살구꽃잎 위에 올라앉은 아이들이 여러분을 모십니다.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운동장가의 소나무와 살구나무 사이를 선물처럼 걸어 들어와
기쁨 함께 누리소서.
(20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