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5.11.나무날. 흐림

조회 수 1287 추천 수 0 2006.05.13 13:55:00

2006.5.11.나무날. 흐림

도토리가 품은 상수리나무처럼
모든 씨앗들에 들어있는 창대함은 얼마나 신비로운지요.
한 알의 감자가 얼마의 감자를 내는지,
한 알의 콩이 얼마나 많은 열매를 가져오는지,
우리들은 셈을 해보며 이 우주 생명들에 대한 경이로 가득 찼더랍니다.
'콩이랑'시간이었지요.
정운오아빠가 냈던 갓끈(동부) 모종이 왔고,
콩밭에 박은 이름자 말뚝 곁에다들 심었습니다.
잡초에 대한 생각도 나누었지요,
영양을 콩에게 몰아주기 위해 풀을 뽑기는 하나
미움으로 없애는 게 아니라 같이 이 세상을 이루는 존재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옥수수밭에 갔습니다.
너른 감자밭 아랫때기, 그러니까 저건너 있는 밭이지요.
내놓았던 옥수수모종을 들고 가 두 포기씩 심고
오줌에 물을 탄 거름을 뿌려주기도 하였습니다.
돌아올 땐 몇 포기 각자의 선물로 안아오기도 하였지요.
저들 집 남새밭 심기도 합디다.

국선도수련을 하는 고래방 청소를
그간에 곽보원엄마, 이은영엄마가 해주고 있었습니다.
올해는 가마솥방에 손이 많이 붙으니
아이들이 워낙에 바빴던 이번 학기인지라
슬쩍 부탁을 드렸던 거지요,
아이들이 일하다 금새 달려와 수련을 들어가야 하는 나무날이라 더욱.
그런데 오늘 정말 그러는 게 최선일까 얘기를 나누었고
다음 주부터 점심 시간을 빼서 함께 움직여보기로 하였답니다.
늘 사는 일에서 깨어있기를 멈추지 말자는 시간이었지요.
정말로 그러한가를 끊임없이 물으려 합니다.

오늘은 두레상 대신 계절자유학교 미리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그찮아도 두레상에서 어른모임을 하는 주엔
두레상 뒤에 이어지는 대동놀이를 국선도를 마친 다음 바로 하기로 했지요.
몇 주 동안 함께 하지 못했으니 오늘은 제발 진행을 맡아달라고
하도 간곡히 부탁을 해와
차마 거절을 못했네요.
우리들의 대동놀이 고전 '이어달리기'부터 하고
동대문남대문 놀이를 한 뒤 길게 두 줄로 동애따기도 하고
가마를 태워 보물을 전하는 놀이도 하다
마지막으로 UFO놀이도 하였지요.
네 번째 계자를 가서
아이들이 40여분이나 저들끼리 설전을 벌이며 한데모임을 진행하던 한 날
샘들이 반닫이문 너머 방에서 놀던 놀이였고
대학 교정에서 더러 모여 하던 놀이였으며
모꼬지를 가서 즐기기도 했던 놀이,
이제 아이들과도 그 놀이를 하며 세대를 잇고 있다지요.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은 놀이를
한 번 설명에 다 알아들어버립디다,
1년 신기랑 종훈이까지.
아이들의 이 열광에(꼬드김에?) 또 진행을 맡고는 한다지요.
애 본 공은 없는 줄 알면서도
아이들과 하는 이 즐겁고 아름다운 시간이 가져다주는 행복으로
또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고 들어가는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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