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5.16.불날. 맑음

조회 수 1345 추천 수 0 2006.05.19 19:49:00

2006.5.16.불날. 맑음

볕도 좋아 놀기도 좋은 봄날,
아이들은 큰 해우소 곁의 쓰레기통을 뒤적거렸습니다.
부력이며 표면장력 같은 우리가 나름대로 배웠던 과학지식으로
젓가락패와 숟가락패는 배를 만들러 나간 길입니다.
선배들에게는 지난해 자연물을 써서 했던 작업과는 또 다른 시간이 되겠지요.
스치로폼 자루가 먼저 눈에 띄었나 봅니다, 배의 본체가 되네요.
망가진 실로폰은 뜯겨져 배의 갑판 난간으로 쓰이고
합판조각과 대나무는 목공실에 들어가 잘리고 켜집니다.
버려진 천조각은 돛대가 되고
나뭇가지는 거북선의 노처럼 자리를 잡았습니다.
유람선에 싣는 구명보트도 만들던 젓가락패는
숟가락을 들고나와 파기도 했지요.
"여러 명이 재료를 구해오고,
가져올수록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승찬이의 갈무리입니다.
"일을 나눠하니 빨리 되고,
의견을 포기하기도 하고 좋은 시간이었어요."
나현이의 시간평입니다.
자기 의견을 포기한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지 않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그걸 합니다.
머리를 맞대고 하는 작업들은 언제보아도 흐뭇합니다.
"다음시간에 정말 뜰 수 있을까 기대돼요."
신기는 걱정이 많습니다.

오래전에 종이 접기했던 것들이 버려진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꼭꼭 펴서, 그러니까 다림질을 한 류옥하다는
맘껏 쓸 수 있게 됐다고 행복해하고
그걸 또 하나씩 얻은 다른 아이들도 신이 납니다.
그 종이로 다시 종이접기를 하네요.
버려진 물건이 그리 잘 쓰이고 있는 소박함이 예뻤습니다,
고마웠습니다.

단소샘이 넌지시 물어왔지요.
"대회 같은 거 안 나가시죠?"
그래도 단체로 나가는 건 해보지 않겠냐십니다.
아이들이 월등하게 잘하니 군내에서 하는 작은 대회에 한 번 내보내자는 거지요.
개인으로 나가서 상을 두고 하는 것은 반대하더라도
모두가 같이 나가는 일이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잖을까 싶습니다.

아이들이 달골 비닐을 걷으러 갔습니다.
기어이 다 걷어내 밭이 비어졌지요.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오월의 농사이니
아이들 손이 얼마나 큰 몫이겠는지요.

구미의 초등학교 샘들이 한밤에 다녀가셨습니다.
풍물을 같이 하는 기효샘 재선샘이 동료 남희샘 성철샘 인호샘과 방문하셨지요.
지난 물꼬 두 돌잔치 문굿에서 날라리도 잡아주셨던 기효샘입니다.
제게 쇠를 처음 잡게 해주셨던 분이라지요.
"정말 성을 다해서 아이들을 대해요."
남희샘이 성철샘과 인호샘을 그리 소개했습니다.
성을 다한다...
나는 그러고 있는 걸까, 자극 받은 시간이었더이다.

언론을 만나는 일은 늘 참 조심스럽습니다.
물꼬가 이 시대에 쉬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중적인 공간이 아닌데다
혹여 환상을 크게 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 게지요.
상설학교로 문 열던 첫해 KBS의 '현장르포 제 3지대'라는 프로그램을 찍고는
해마다 4월에 그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에게 좋은 영상자료 하나가 생기는 거지요.
아이들의 성장사를 고스란히 볼 수 있지도 않을 지요.
작년 잔치에는 청주 mbc를 만났더랬습니다.
특히 올해는 한 잡지사와 벌어졌던 일련의 일들 속에
호감도가 떨어졌겠다는 걱정들을 들으며
이런 시기에 물꼬를 잘 알릴 필요도 있지 않겠는가 권해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올 봄은 여성문화잡지 우먼라이프(5월호)와
청주mbc의 '생방송 전국시대'(5월 5일)와 한겨레신문(5월 15일)을 만났지요.
(시끄러웠던 잡지사일로 '위에서 꺼려'
방송일정을 잡아놓고도 촬영을 취소한 아주 영향력 컸던 프로그램도 있었음에도)
그리고 하나를 더 더하게 되었습니다.
'sbs 임성훈의 세븐데이즈'(쇠날마다 밤 10:55부터)'
아이들이 국화를 그리고 있을 때 들어왔는데
나무날까지 촬영을 하고 쇠날에 방영(네 꼭지 가운데 하나)을 한다 합니다.
너무 급박해서 그림이 어찌 그려질까 더러 우려도 하는데,
아무쪼록 물꼬에 힘이 실리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진행키로 합니다.
하기야 진정한 힘이란 게 어디 밖에서 오는 겁디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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