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5.17.물날. 맑음

조회 수 1311 추천 수 0 2006.05.19 19:50:00

2006.5.17.물날. 맑음

과학시간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어제 만든 배를 만지고 싶어 안달이 났습니다.
배를 좀 수정하고 싶어 했지요.
그런데 그만 사고가 났습니다.
정민이가 지나가다 젓가락패의 앞머리를 건드리게 되어 그만 망가져버린 거지요.
나현이와 류옥하다의 저 실망하는 얼굴 좀 보셔요.
"아앙!"
하다는 그만 소리쳐 울었습니다.
"얼마나 애써서 만든 건데..."
나현이는 또 큰 누나니 그렇게까진 못하고 얼굴만 잔뜩 찡그리고 있습니다.
"시카고에 어떤 조각가가 있었는데..."
그가 돌로 석 달 동안이나 온 힘을 쏟아 조각한 학을
그만 지나던 트럭의 짐칸에 실렸던 나무가 툭 치게 되어
목이 부러진 일이 있었더랬다,
절망하다 남은 몸체 부분으로 곰을 만들었는데
모든 사람이 감탄했더라는 얘기를 전하였지요.
"더 훌륭한 배를 만들 기회일지도 모르잖아."
"내가 시카고 가니까 확인해 볼 거야."
류옥하다는 그래도 마음이 가라앉기에는 모자랐지만
뭐 달래 길이 있나요, 어디.
"숟가락패가 다 같이 책임져 줘야 해."
하지만 정민이는 자기패들한테 미안하니 자기만 하면 안되겠냐 합니다.
그래도 숟가락패들이 와서 도와 수습이 되었지요.
물론 더 멋있게 되었구요.

수영장, 하하, 시간마다 공연을 준비해주시는 우리의 안샘.
오늘은 또 배를 움켜쥐게 했더랍니다.
마칠 녘, 애들을 두 줄로 세워두고 뭘 한참 시키데요.
"생명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사이사이 앞으로 나왔다 뒤로 빠지고 하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사람들이 치는 박수소리, 엄청 크데요.
부상으로 슬라이딩을 할 수 있는 선물을 받은 아이들,
해봤다고 더 신나게 미끄러집니다.
안샘은 슬라이딩매트를 잡아주느라
다리가 몹시도 저렸을 겝니다.
아, 오늘 1학년들은 따로 다른 샘 하나가 붙어주었더랍니다.

판굿.
판소리연습, 민요연습에 장구까지 연습하고 판을 한 번 돌려보는데
치는 것만으로 신이 나지요.
뒤로 돌며 저들끼리 눈도 맞추고 빙글빙글 돌기도 합디다.
본 거는 또 좀 많아야지요.

몇 주를 공동체식구모임에 나가지 못하고 있었지요.
모임기록을 봤는데도 진도 따르기가 어렵습니다요.
지낸 일도 서로 나누고 지낼 일도 의논합니다.
그런데 정작 어려운 건 일이 아니라 관계지요.
한 사람에게, 어떤 이의 일에 대해 자신한테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문제가 됩니다.
"사이가 나쁜 게 문제가 아닐까요?"
한 식구가, 그 일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아니라
사이가 나쁘니까 문제 삼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기도 하겠습니다.
같은 일도 누가 하면 이해가 되고 누가 하는 건 나한테 설명을 요구한다면
그건 자신의 마음의 형평성 문제라는 거지요.
그 일이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얼마든지 이해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면 말입니다.
결국 어떤 일보다 사이(관계)가 문제라는 겁니다.
정말로 사랑으로 하고 있는가,
내가 사랑으로 질문하고 있는 게 맞는가, 감정은 아닌가 물어야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사람들 사이(마을 식구, 공동체 식구, 밥알, 품앗이...)의 여러 얘기를 들으며
때로 사람들은 자신이 "주체여야 한다"는 욕구가 강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가 하면 어떤가요,
다른 이가 한 주장을 따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너나없이 그게 참 어려운 모양입니다.
하기야 정치적으로 일을 잘하는 이들은
사실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면서
마치 모두가 자기주체로 주장한 일처럼 느끼게 합디다.
아니면 인품이 뛰어난 것으로 주장을 관철시킬 수도 있겠구요.
자기세움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면 공동체식구로 살기가 쉽지 않겠습니다.
결국 비우는 것 아니겠는지요.
한 식구도 요새 공동체 관련 서적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합니다.
"같이 살면 갈등도 생기고 싸움도 하고 그러는데
그의 말을 이해하는 것이 참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러려면 자기를 비우는 게 방법이겠습니다."
그건 결국 자기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아니겠냐구요.
공동체의 원칙에 대해서도
누구는 '물러서지 않아야 될 지점'이 있는 것 아니냐 하고
'그럴 게 어딨냐' 논의하는 것 아니냐 하니,
흔히 편리하게 진행되는 삶의 방식으로 일이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나오고
그래서 원칙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대꾸도 나옵니다.
어느 순간 얘기하는 속에 감정이 들어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사실 그 문제가 제대로 보이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문제가 되어 버립니다.
저마다 속이 그만 다 드러나 버리고 마는 거지요.
그러면서 자신과 벌거숭이로 만나는 겁니다.
불편함들이 막 끼어들지요.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를 피해가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건강한 토론에 대한 훈련은 어디서나 중요하지만
공동체이므로 더욱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많은 문제는 '관계'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명상과 사유와 관조들은 너무나 중요한 덕목 아닐지요.
어쩜 말보다 더한 해결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sbs '임성훈의 세븐데이즈' 촬영 이틀째입니다.
수영을 갈 적, 방송사에서 다른 팀이 지원되어
마을 식구들 사이에서도 촬영이 계속되었지요.
내일 방영이니 편집시간을 어찌 다 하려나 싶더니
오늘 고속버스편으로 서울로 테이프를 보내기도 합디다.
구성작가는 같은 시간대에 서울서 글을 쓰고 있다 하구요.
대애단(대단)들 합니다.
날 선 오늘의 공동체식구회의를 곁에서 지켜본 그들이
이곳의 평화만이 아니라 갈등을 전하는 것도
오히려 공동체라는 것이 끼리끼리 준비된 이들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조율하며 만들어가는 곳이라는 것을 더 잘 말해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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