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5.22.달날. 비

조회 수 1413 추천 수 0 2006.05.25 21:24:00

2006.5.22.달날. 비

고개 들면 볼록볼록 살이 찌는 산들이 금새 마을길까지 내려서겠는 오월입니다.
봄꽃들 바삐 피고 지는 산골이지요.
완두콩에도 꽃들이 활짝 피었습니다.
나비들이 앉았는 것만 같아서
우리는 또 다른 나비들이 되어 콩밭을 맴돌며 춤추고 노래 불렀지요.
학교 마당 꽃밭에는 붓꽃이랑 자주달개비의 자주빛이 곱기도 합니다.
함박도 꽃이 벙글었지요.

아이들은 지난 쇠날에 본 영화<드리머>에 대한 느낌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케일이 꾸는 꿈, 아버지 벤이 꾸는 꿈, 할아버지의 꿈과
이제는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된 경마 기수의 꿈,
그리고 말 소냐의 꿈들에 대해 얘기합니다.
마음에 소망을 품고 살아가는 일에 대해서 조근거리는 동안
어느새 우리들의 눈은 저 먼 석기봉에 가 닿아있었지요.
날마다 산을 보며 꿈을 키워갑니다.

"오늘 왜 이렇게 잘해요?"
춤 추러 읍내 나갔지요.
박샘의 칭찬이 자자합니다.
아이들이 진단했지요.
"옥샘이 계시면 작은 애들이 기댈려 해서 그런 것(잘 못했던 것) 아닐까요?"
박샘의 평에 아이들은 그건 아닌 것 같다 합니다.
"아닌데... 종훈이는 계속 안하는데요."
"아, 우리가 이번 주에 춤 연습을 두 번이나 해서 그런가 봐요."
"정민이랑 신기가 앞에서 내내 장난 쳤는데,
자리를 바꿔서 그런가 봐요."
나현이는 종훈이가 춤 시간에 하려들지 않는다고,
이제는 할 때가 되었다고,
샘이 이제 요구해야지 않나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습니다.
우리 종훈이는 박샘을 안 보고 꼭 저를 보며 하거든요.
저만큼 밀어놔도 꼭 제 곁의 다른 사람 자리를 비집고 와서
보라는 춤샘은 안보고 절 따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나마 제가 수업을 들어갈 땐 그러한데
잠시 오늘처럼 밖에 나가있기라도 하면 아예 창틀 아래 가 있다지요.
아이들이 저마다 자라며 다음 단계를 밟을 때가 있습니다.
1학년 종훈이랑 신기는 이제 학교 무사적응 단계로 갈 녘이 되었을까요?
이번 학기를 끝내는 산오름은 학기를 시작하던 때에서 어떤 단계로 나아가고 있나
명확하게 보는 지점 하나가 되겠지요.
이래도 저래도 날마다 더 짙게 오르는 저 푸름처럼
아이들도 그리 자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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