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 불때다가~>

조회 수 1256 추천 수 0 2005.02.12 21:17:00
아궁이 불때다가
부지깽이 다 태와 묵는건 매일 일어나는 일이고~
이번엔 부지깽이조차 땔나무로 착각하고
걍 던져넣었더이

부지깽이 오데갔노~
아궁이속에 모르고 집어넣은건 생각도 않고~
열심히 부지깽이 찾아내라고 얼라들만 닥달했다.

부지깽이 할만한 막대기를 찾아다 놓으면
이노무 얼라들이 칼쌈한다꼬 다 가져가 뿌개버리고~

고추말목하던거 고이 가져다 모셔놓으면
이노무 얼라새끼들이 이거이 더 좋다꼬
다 훔쳐가네~

오늘도 부지깽이 할놈이 마땅하게 없어
걍 나뭇가지 뚝 뿔개서 썼는데 여엉 마땅찮은기라~
어서 좋은놈 구해다가~ 아궁이 천정에다 매달아놔야쥐이~~

아궁이 불때놓으면
왜 얼라들이 더 좋아하는지 모를일이여...
낮에 일하다가 좀 쉴양으로~ 겨들어가~
퍼져자고 있으면
언제인지 모르게 얼라들이 스멀스멀~ 기어들어와
온통 방하나 가득~ 난장판을 맹글어놓는다.

오늘 드뎌 해방날~
얼라들 개학날이다.
아침일찍부터 깨워 서둘러 밥멕여 쪼차보내고 나이
속션한거...

방학숙제를
한놈은 깨끔하게 다 마무리해놓고 다 싸놓고 앉았는데~
한놈이 꼭 말썽을 일으켜~
밤늦게까정 먼 소란을 피고 있드라~~
본척도 안혔다~
꼭 해야한다는 그 열성만으로도 니는 숙제 다 한기라~ 됐다 마!

아침에 배가 아푸단다.
두놈이...
그려... 꼭 학교 갈때가 되면 배가 아푸지??
다 안다~~ 내도 경험자 아이가~~ ㅎㅎㅎ
잔소리 말고 밥묵고 학교갓!

한놈만이 개학날이 늦어 세상편하게 퍼자고 있드라~
그놈을 부러운 눈초리로 힐끔힐끔 쳐다보며~
얼라둘이 학교엘 갔다.
해도 안 뜬 시각에...
왜 얼라들이 회사원 출근시간보다 더 빠르게 학교엘 가야하는지
그 이유를 아직도 내는 모린다.

날이 추워 일 시작도 몬하겠다.
소마구에도 올라가봐야하는데~
소 물통에 물이 꽝꽝 얼어~ 그놈 다 깨고
뜨건 물 퍼다 줘야하는데~~

닭이 추웠는지~ 어쨌는지 두마리가 죽어있다드라~~
먼 닭병이 도는지... 걱정이 좀 된다.

송아지가 설사를 조금 해서리~ 약을 먹이고 있는데
옷을 헌놈으로 갈아입고 가야한다.
송아지를 말타듯 붙잡고 올라타야하기땜에~
내가 붙잡고 등에 올라타고 할매가 입벌리고 먹이고~
생야단한판 쳐야한다.

덕분에 옷에 쇠털이 온통 붙어 그놈 떼내느라 애먹는다.
쇠털같은 날도 아이고~ 에구~~

날이 꾸무리한거이~
오늘도 일 신명나게 하긴 글렀네...
며칠 미뤘던 일들 해치워야하는디...

***
방학이 끝나고 얼라들이 학교엘 가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지요...
그래도 잠시라도 물꼬와 같이 했으니 맘한구석은 따뜻하지요~
한해 얼라들 계획이랑
한해 농사일을 얼추 가닥을 잡아야 하는데
지난 늦가을과 겨울은 어찌 지나가버렸는지
당췌 기억을 더듬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망각과 함께 세월이 흐르니... 사람이 살아갈 수 있나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오오오~~
꾸벅!


옥영경

2005.02.13 00:00:00
*.155.246.137

저만 부지깽이를 그렇게 찾아대는게 아니었구나...
아이들 잘 있지요?
아버님은?
마음 푹하게 잘 읽었습니다.
밝으신 얼굴 자주 생각합니다.
새해,
웃음 더 넘치소서.

엉덩이뿔난

2005.02.14 00:00:00
*.155.246.137

겨울 우사에서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쇠죽 김이랑 소 콧바람같이 훈훈한 글, 참 재밌네요 ^^ 올 여름엔 무지 더울거라는데 농사계획에 뭐 참고할 만한 게 있을라나요?

정예토맘

2005.02.19 00:00:00
*.155.246.137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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