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정월 대보름!

조회 수 1191 추천 수 0 2005.02.23 22:03:00
아침 일찍 일어나 장만한 봄나물과 오곡밥을 먹었습니다.
이른 봄부터 뜯어 말린 고사리, 취나물
가을에 갈무리한 토란줄기, 고구마순, 우거지...
꼭같은 양념인데, 맛을 조금씩 다르더라구요.
어디 딴데서 구한게 아니고 다 물꼬에서 갈무리했다는 거 하나만으로
얼마나 맛났는지 몰라요.

이렇게 먹은 아침밥이 채 소화되기도 전에
경노당에서 윷놀이와 함께 자장면을 먹었습니다.
보건진료소에서 한턱 냈지요.
마을 할머니들 사이에 앉아 "새댁, 이리 앉아, 더 예뻐졌네!"
놀림반 반가움 반의 인사를 들으며
맛나게 먹었습니다.
대해리에서 자장면을 먹다니요.
세상이 참 좋아졌습니다.(이건 어른들 말씀!)

또 점심이 마저 소화되기도 전에,
달집태울 논바닥에 솥단지 걸어놓고 끓인 술국(안주로 먹을 두부국)을
추운 날씨 탓에 한그릇 뚝딱...
막걸리도 한 잔!
서쪽으로 해떨어지고 잠시, 어둑해질 무렵
생솔가지를 쌓고 그위에 짚으로 만든 달을 걸어 만든 달집에
어른들이 불을 붙였습니다.
어마어마한 연기와 함께 불길이 솟아오르고
장관이 연출되었습니다.
어찌 바람이 한쪽으로만 부는지,
외딴집에 사시는 개키우는 할아버지 댁으로만
(작년에는 학교로 연기가 왔었는데)
가는 연기를 보고
올해는 누구네만 부자되겠네,
누구네는 큰 모기불 쐐었으니 여름에 모기가 없겠네... 하십니다.
풍물이 울리고 어른들이 돼지머리에 돈을 꽂고 절을 하십니다.

동쪽산, 낙엽송 나무 그림자 사이로 달이 솟아오릅니다.
모두 한 방향으로 서서 손을 모아 절을 하네요.
할머니들 모습이 참 간절해 보입니다.
저도 같이...
무슨 소원 빌었는지는 비밀입니다.

사람없는 마을에 우리 학교 아이들도 방학이라
안그래도 어른들이 아이들 어딨냐, 선생들은 어딨냐
찾았었는데,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납니다.
같이 있었으면 참 신나고 진한 시간이었을텐데 싶어서요.
달이 뜨고 그제야 좀 신명이 납니다.
올해 여든 하고도 넷이나 되신 대해리의 명쇠잡이 윤극중 할아버지는
쉬지도 않고 쇠를 치십니다.
그런 어른이 신명나게 노시는데 젊은이가 팔아프다 말한마디 못하고
있는 힘을 다해 장구를 두드립니다.
정말 신이 납니다.
장구잽이가 못따라가면 할아버지께서 장구에 쇠장단을 맞춰주십니다.
할아버지, 정말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요!

밤이 깊어지고 날이 추워지면
이제 잔치를 준비한 젊은이들(40-50대)이 남습니다.
불가에서 장구치고 노래하고...
일년에 한번 동네에서 어른들의 묵인하에 놀수 있는 유일한 날이네요.
윤상문 아저씨와 박영하 아저씨 부부의 멋진 노랫가락에 신이나구요
학교 새댁 노래하라는 분부에 소양강 처녀 부르다
결국은 "노래를 농담으로 하네!"하시는 윤상문 아저씨 말씀에
스스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정말 신이 난건 바로 저였던 것 같습니다.
바쁜 사무실일에 은주샘과 상범샘, 학교일에 삼촌이 열심이신데
아이들 없는 핑계로, 마을에 일할 아줌마 없는 핑계로
설거지랑, 음식준비 조금 하고는
정말 열심히 놀았거든요.
내일 일어나면 안치던 장구 쳐서 온몸이 아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예쁜 달님도 보고 소원도 빌어서 혼자 행복합니다.
다들 한해 건강하시고 순조로우셔요.

정예토맘

2005.02.23 00:00:00
*.155.246.137

저희도 오곡밥에.. 여기선 찰밥이라고 하던데요~
봄나물에~ 묵은 나물에~
푸짐히 먹고~

오늘 달보며
논에 만들어 세운 달집 태우고
쥐불놀이 하는걸
구경가서 쪼매 깡통도 돌리고 왔어요~

정훈이도 제법 돌리던데요~
물꼬에서도 해봤다고~
돌리던 깡통도 얻어오고~ 내년에도 한답니다.

오늘 달빛이 대단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

승현샘

2005.02.24 00:00:00
*.155.246.137

같이 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네요. 서울에 오시면 연락주세요. 밥 한끼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상범샘왈 : '평가서나 제때 주지!' 라고 할 모습이 떠오릅니다.)
3월에 일손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달려가겠습니다.몸도 다 추스렸고, 피부도 재생중입니다.
평가서 내일 꼭 올리고 전화드리겠습니다(응답기라도).

도형빠

2005.02.24 00:00:00
*.155.246.137

눈앞에 그 장면들이 펼쳐지네요.
정말 신났겠습니다.(이럴때 같이 있어야 하는데...)
뭔 소원인지는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어 알 수 없지만
소원성취하소서.

선진

2005.03.06 00:00:00
*.155.246.137

보고 싶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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