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9.6.물날. 흐리다 갬

조회 수 1157 추천 수 0 2006.09.16 08:51:00
2006.9.6.물날. 흐리다 갬


아침을 먹고 아침을 여는 노래를 부르고 동화를 듣고 손풀기를 다 할 동안도
1년 신기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스스로공부’를 막 시작하는데
신기네 부모님이 다녀가셨답니다.
신기가 학교 안온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다 한다고
상범샘이 전해주었지요.
“천날 만날 다닐 학굔데, 오기 싫으면 쉬기도 하고 그러지 뭐, 내비 둬.”
부모들은 그러면 집 보라며 동생을 데리고 볼일을 보러 간 모양입니다.
그래도 혼자 놀기는 심심하겠다 싶어 넌지시 형아들에게 얘기했지요.
“있잖아, 신기가...형아들이 따돌리고 뭐 그러면서 학교 오기 싫다는데...”
“가봐야죠.”
승찬이와 령이와 창욱이가 곶감집에 올라갔습니다.
“집 보라 그랬다던데요...”
읍내 다녀왔더니 아이들 속에서 ‘스스로공부’도 챙겨하고 잘도 있데요.
“신기야, 왜 안 온다 그랬어?”
“늦게 일어났어요.”
어제 마을 앞산 뒷산을 휘저으며 곤하기도 곤했던 모양입니다.
달골 햇방동의 형님들도 다른날보다 40여분 늦게 일어났으니까요.
하도 깊이 자서 깨울 수가 없었더라니까요.
“피곤했구나?”
“네!”
그냥 그랬답니다.
“학교는 오고 싶다고 오고 말고 하는 게 아니야. 그냥 ‘오는’ 거야.”
알겠다데요.

오후에는 아이들이 물꼬가 잘 쓰고 있는 대해리 구석구석을
땅그림 그리기 공동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오늘은 스케치북에 다 그려 넣고
그것을 다시 내일 커다란 종이에 옮길 거지요.
“학교를 중간 쪽에 잡아서 새마을 쪽이 끊어져 다 지우고...
그래도 협력이 좋았던 것 같애요.”
승찬이가 그렇게 말했지만 같이 하는 작업이 어디 순조롭기만 했을까요.
“같이 하지 않고 자기들 이야기만 해서 힘들었어요.”
나현이가 속상해라 하고,
동생들이 미안해라 합니다.
마찰이 일어날 땐 서로 침묵을 하자고도 했던 모양입니다.
“침묵이 (어느 순간) 깨지는 걸 알았어요.
누가 하나라도 깨면 안 되겠어요.”
동희가 그러데요.
“공동작업을 할 땐 서로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애쓰자.”
그리 한다 합니다.
아이들이 어떤 작업을 아주 잘 해내는 것도 기쁨이지만
일이 잘 되지 못한 시간을 통해 뭔가를 알아갈 때야말로 배움이 크다 싶습니다.

교육장님이랑 면담이 있었습니다.
교육청의 인가가 나지 않았더라도
관내에 있는 학교라고 도와주려 늘 애쓰십니다.
상설학교로 문을 열며 필요한 것들이 많았는데
이수초등 교장으로 계실 때
해날인데도 이것저것 챙겨가라 창고를 직접 열어주기까지 하였더랬지요.
할머니가 차려주는 밥상 같은 한정식을 대접받았습니다.
“내가 백수가 되면 그때...”
그때 가서 당신께 밥을 사라 웃으시데요.
가난한 학교라고 밥값 한 번을 내지 못하게 하신답니다.
전 학년 교과서를 챙겨주신다 하고,
이번에 행정적으로 얽혀 있는 일 하나도 빨리 처리 되도록 힘써주셨네요.

대한축구협회 심판이기도 한 축구코치 김영대샘이
달마다 한차례 축구 특강을 오기로 하셨습니다.
지난 4월부터 오가던 얘기였는데
이제야 그 결실을 보게 되었지요.
생활체육협의회 이응렬사무국장님이 가운데서 마음을 많이 써주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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