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27.물날. 볕 좋은 가을 오후

조회 수 1190 추천 수 0 2006.09.29 17:48:00

2006. 9.27.물날. 볕 좋은 가을 오후


어른들이 포도일로 정신이 없으니
아이들이 등굣길에 논에 나갔습니다.
아랫 다랑이에 두더지가 자꾸 구멍을 파서
넘의 도라지밭에 물이 넘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많은데
다행히 오늘은 별 일이 없더라는 전갈입니다.

‘스스로공부’를 하고 국선도수련을 하고
연극을 하였습니다.
상황극을 하고 무대에서의 목소리조절,
그리고 대화와 방백과 독백의 차이에 대해 익히고 있었지요.
배우가 어떤 상황을 만들면
우리는 그 배우가 했음직한 대사를 짐작하여 맞히기도 하고
그 대사를 다시 다른 배우가 거리에 따라 달리 말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연극을 한 번 보고 왔다고 그런 건지
무대를 가늠하는 게 벌써 다릅니다.
앉아만 있던 종훈이가 번쩍번쩍 손을 들며 자주 무대로 나오고
쑥스러움이 많은 나현이도 뭔가 자신감이 이는 듯 다른 아이들처럼 부지런히 나옵니다.
승찬이 동희 령 정민이가 서로의 생각에 좋은 영향들을 미치고 있고,
확실히 상상의 범주가 넓은 류옥하다입니다.
창욱이랑 신기는 앉아있기만 하였지만
그 얼굴엔 즐거움이 가득했지요.
“... 보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신기가 그랬는데, 보던 저도 그렇던 걸요.
먼 소리를 낼 때 마침 효민이란 이름이 등장하였는데,
멀리서 정말 효민이가 고래방으로 달려오는 일도 있었더랍니다.

‘두레상’도 있었습니다.
벌초손님들로 수확기로 동네가 부산하다,
포도 큰 일이 끝나가는구나,
밤이며 포도며
이웃에서 나눠준 배며, 사과, 그리고 산안마을에서 나눠준 달걀들로 풍성하다,
모두가, 그리고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들이겠다는 얘기들로 시작합니다.
텃밭에 파종한 열무 얼갈이 갓 알타리 상추 시금치들에 물을 주고 있고
즙에 효소에 쨈에 술이 담기면 낼 쯤 포도농사의 대단원의 막이 내리겠다 하네요.
쓰레기를 좀더 잘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지혜를 모았고,
여름에 학교에서 쓴 이불들을 어찌 빨까 의논도 하였습니다.

드디어 ‘호숫가 나무’도 했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아직 한 차례도 않고 있던 것이지요.
저녁 7시, 경건의 시간이 이루어졌습니다.
엊그제 추분을 지나고는 금새 금새 어두워지는 바깥입니다.
<백범일지>가 재료였지요.
아침에 하는 명상이 달골 창고동에서 있으니
집에서 다니는 1학년들은 늘 빠졌다가 오랜만에 같이 하니 좋데요.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만 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람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우리 국조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생략)
최고 문화로 인류의 모범이 되기로 사명을 삼는 우리 민족의 각원(各員)은 이기적 개인주의자여서는 안된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되 그것은 저 짐승들과 같이 저마다 제 배를 채우기에 쓰는 자유가 아니오, 제 민족을, 제 이웃을, 제 국민을 잘 살게 하기에 쓰이는 자유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의 꽃을 심는 자유다.
(생략)
나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이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 ‘나의 소원’ 가운데 ‘내가 원하는 나라’에서(학민사/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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