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 1.해날. 맑음

조회 수 1399 추천 수 0 2006.10.02 08:55:00

2006.10. 1.해날. 맑음


마을 식구 가운데는 곶감집만 남아
한가위를 대해리에서 보낸다지요.
공동체 식구들 중엔
올 한 해 ‘공동체식구 적응기’를 보내고 있는 승찬이네가
인천 본가를 향해 젤 먼저 떠났습니다.

식구 몇이 낚시를 갔지요.
“요새 물이 말라서...”
가끔 들리는 낚시가게에선 요즘 물고기 소식이 뜸하더라 알려줍니다.
마침 떡밥을 사러 들어온 아저씨가 있었지요.
“어디로 가셔요?”
“통 낚시가 안된다는데, 그래도 정산으로 한 번 가 볼라구요.”
“별티 말씀이세요?”
걸루 따라나설까 하다
자주 가는 봉우리 아래로 갔지요.
그간 소원했다 싶던, 낚시를 좋아하는 한 녀석을 데려갑니다.
며칠 전부터 손을 꼽고 있던 그였지요.
달래 할 얘기야 있을라나요,
같이 산그늘 아래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오려했던 거지요.
황간 읍내에 산다는 형제분이 겨우 꺽지 두 마리 잡았다며
(꺽지라면 다른 물고기를 먹고 사는 녀석들이라
우리 가진 미끼로는 만날 일도 없는 이들이지요)
애들이나 보여주라 건네주고 떠나고
두어 패의 낚시꾼들도 입질조차 없다 툴툴거리며 떠난 뒤
너른 내는 우리 들으라 노래 부르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저녁 예불 올리는 소리가 건너오고
별을 앞세우고 막 상현에서 보름달로 향해가는 달이 선명해지더니만
이내 달무리를 만들다 먹구름에 가렸지요.
마치 생애의 마지막 가을이 그러하겠는
낮은 평화가 천지에 퍼지더이다.
열 마리(낚시꾼들 입엔 스무 마리 서른 마리도 될)하고도 다섯 마리를 더 잡아
열은 돌려보내고 다섯은 남겨 오붓하게 매운탕이나 끓여내라고
곶감집에 올려 보내주었답니다.
열한 시가 훌쩍 넘었데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 하나쯤은
같이 해야겠다 마음 먹는 밤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054 2021. 9. 3.쇠날. 가랑비 간간이 다녀가는 / 오늘은 그대의 소식이 힘이었다 옥영경 2021-10-21 401
1053 2020. 8.17.달날. 맑음 옥영경 2020-08-30 401
1052 2020. 1.27.달날. 비, 질기게 옥영경 2020-03-03 401
1051 2023. 9.13.물날. 비 옥영경 2023-09-30 400
1050 2022. 5. 2.달날. 맑음 옥영경 2022-06-14 400
1049 2022. 1. 7.쇠날. 맑음 옥영경 2022-01-12 400
1048 2021.12.13.달날. 맑음 / 잠복소(潛伏所) 옥영경 2022-01-06 400
1047 2021. 6.23.물날. 소나기 몇 차례 옥영경 2021-07-12 400
1046 2021. 5.23.해날. 한 번씩 지나가는 먹구름 / 참외장아찌 옥영경 2021-06-22 400
1045 2020.11.14.흙날. 맑음 / 나는 기록한다. 왜? 옥영경 2020-12-16 400
1044 2021.12. 7.불날. 맑음 옥영경 2021-12-31 399
1043 2020.12.30.물날. 갬 /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것! 옥영경 2021-01-17 399
1042 2024. 3.26.불날. 정오께 비 걷다 옥영경 2024-04-10 398
1041 2023.10.27.쇠날. 흐리던 오전 / 숲 안내② 옥영경 2023-11-07 398
1040 2023.10.11.물날. 맑음 옥영경 2023-10-24 398
1039 2023. 9.20.물날. 비 옥영경 2023-10-01 398
1038 2023. 8. 2.물날. 구름 무거웠으나 옥영경 2023-08-06 398
1037 그리고 2021.11. 1.달날. 흐리다 정오께 맑음 / 천천히 서둘러라; Festina Lente 옥영경 2021-12-15 398
1036 2020. 8.19.물날. 맑음 옥영경 2020-09-06 398
1035 2024. 2.10.해날. 힘찬 해 / 설 옥영경 2024-02-13 39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