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7.불날. 맑음

조회 수 1260 추천 수 0 2006.10.18 17:22:00

2006.10.17.불날. 맑음


‘시장’이 오늘 ‘사회’의 중심생각이었지요.
물건 하나가 내 손에 이르기까지 거치는 과정을 살폈습니다.
그 그물망을 다 그리자면 내일도 모레도 끝날 수가 없었겠지요.
국제교역까지 얘기는 넓혀집니다.
농산물시장개방과 농민시위에 대해 이야기가 뻗어갑니다.
“이바구 때바구 강때바구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먹을 것이 많은 숲을 가진 원숭이가 있었습니다.”
‘원숭이 꽃신’을 들려줍니다.
내 손으로, 내 손으로 신을 삼으리라 결심하던 그 원숭이 말입니다.
“스스로 만들어 써야 한다!”
“정말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잘 따질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우리가 이 산골에서 사는 까닭을 다시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네요,
물꼬가 하는 생각을 되짚어보는 시간.

국화샘이 전시회로, 단소샘이 공연으로 빠져도
여전히 그 시간을 꾸려집니다.
복습이지요.
마침 우리가락 시간을 당겨와 단소랑 묶어서도 하였습니다.
반길군악과 별달거리를 익히고 있습니다.
한 시간도 넘는 제법 긴 시간을 오직 두들기기만 했지요.
열심히 해서 재밌었지만 허리(호흡을 하느라)가 아팠다는 령이,
장구를 세게 펴서 팔이 아팠다는 동희입니다.
승찬이는 쇠를 치는데 접지가 예전보다 자연스러워져 좋다 하고
하다도 역시 쇠가 잘 돼가는 듯해서 기쁘다지요.

벼를 거두었습니다.
마침맞게 동네에 콤바인이 들어와 있어
그 서슬에 물꼬논 여섯 다랑이도 하였습니다.
기계손이 닿지 않으니 가장자리야 다 낫질을 해야 하는 거라지만
삼거리논 맨 아랫다랑이가 물이 덜 빠져
결국 벼를 다 베어내 옮겨야 해서 늦어졌지요.
이제 말리는 게 일이겠습니다.
하기야 물꼬에는 너른 마당이 있으니...
쉼터논은 콤바인 자루로 49포대가, 삼거리논에선 44포대가 나왔네요.
이러 날이면 대구에 나가있는 농사부의 열택샘이 그립기만 합니다.

아이들은 ‘논밭에서’시간에 논에 나가
벼이삭을 주웠습니다.
그들이 가져다주면 류옥하다랑 전 이삭을 훑었지요.
정민이는 반깁스를 한 하다가 불편하겠다며
볏단의자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평소엔 그리 티격태격하면서도.
아이들은 볏집으로 농부기사가 되어 칼싸움도 선보였지요.
“풍요로워진 것 같고, 조용해진 것 같애요.”
벼베기를 끝낸 논을 둘러보며 나현이가 말했습니다.

같이 돌려가며 읽기로 한 바스콘셀로스의 책을 다 읽게 되어
달골에선 이야기마당이 열렸습니다.
“이제 다섯 살인데 많이 느끼고 보고, 어른스러웠어요.
그래서 더 재밌었어요.”
동희입니다.
창욱이는 첨엔 웃기기도 하고, 나중에 장이 조금 남았을 때 감동적이었다네요.
이제 정민이 차례입니다.
“맨 마지막에 제제가 죽었을 때...”
“제제가?”
모두 눈이 동그래졌어요.
“안 죽었어? 안 죽었어요?”
“그래, 그건 뽀르두까지.”
“엉?”
다른 아이들이 다시 마지막 줄거리를 정리해주자
역시 자기 생각도 다시 정리해서 말하였지요.
“뽀르두까가 불쌍했고, 루이스도 죽고, 글로리아누나도 죽고...”
“그건 다 나이 들어서 죽었는데...”
에드문드아저씨와 뽀르두까, 선생님, 인디언 엄마, 글로리아누나...
제제를 키운, 거기 나오는 이들을 입에 두루 올려도 보았습니다.
실업자 아빠를 위해 구두를 닦아 담배를 사주었을 때,
샘이 주신 돈으로 더 가난한 친구와 빵을 나눠먹을 때는
그만 눈물이 났지요.
“샘의 비어있는 꽃병을 위해 남의 정원에서 꽃을 꺾어왔는데...”
이 세상의 것은
모두 하느님의 것이라던 제제의 생각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원수지간이잖아요.”
뽀르두까가 차를 세우고 태워주려 할 때
그렇게 말하는 제제 때문에 우리 모두 웃기도 했지요.
에드문드아저씨는 얼마나 지혜롭던지요.
철이 든다는 것은 생각이 자라고 자라서 머리와 가슴전체를 돌보는 거라던가요?
그렇다면 우리 어른들은 철이 든 건가요?
아이들과 좋은 책을 다시 읽을 수 있어서 더 좋았지요.
“다음에도 해요.”
자기가 읽어가는 책을 들려주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한 책을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계속 하자합니다.
오페라를 들은 뒤에는
좀 쉬다 ‘잠자리에서 듣는 동화’를 들었답니다.
하루만 더하면 이 장편도 끝나겠습니다.

시월 마지막 주, 그러니까 다음 주 물날에 ‘햇발동의 밤’을 열 계획입니다.
기숙사개방의 날쯤 되겠지요.
마을식구들이며 공동체식구들을 불러
달골 마당에서 장작불 피워서 가을걷이 한 것들을 구워도 먹고
집집마다 먹을거리도 챙겨 와서 나눠도 먹자 하였지요.
아이들은 어떤 준비를 할까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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