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으로 두 말하는 소설가 황석영씨의 양심은 어디에?




# 한 입으로 두 말하는 황석영씨는 지난 7월에 남쪽의 작가98명과 방북하여 남북작가대회를 마치고 돌아온지 이틀 후에 조선일보에 '특별기고'"문학은 하나다!"(7월27일자)라는 글을 싣게 되어 민족문학작가회의 명예를 실추시켰음을 지적하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예총 회장이라면서 감히, 예전에 자기의 입으로 조선일보에 글을 쓰지 않겠다고 독자들 앞에서 '약속'을 해놓고 이럴 수 있는가?

아래의 글은 황석영씨가 5년 전에 직접 쓴 것입니다. 다시 읽어보노라니, 그렇게 단호했던 황석영씨가 오늘날에 어찌하여 '변절'한 것일까. 5년 전의 황씨의 말이 '헛소리'가 아닐진대 그때와 상황이 180도 달라진 걸까.조선일보에 '매수'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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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심사대상을 거부한다

[한겨레신문] 2000년 07월 20일 12면 4판 2086자 [특별기고(사설칼럼)] 황석영

조선일보사에서 주관하는 동인문학상에 장편 (오래된 정원)이 후보작으로 올라 있는 소설가 황석영씨가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담은 글을 (한겨레)에 보내 왔다. 동인문학상은 31회가 되는 올해부터 상금을 5천만원으로 올렸으며, 박완서 김주영 이청준 이문열(이상 소설가) 유종호 김화영 정과리(이상 평론가)씨 등 종신 심사위원 7인이 몇 차례의 '독회'를 거치면서 수상작을 정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편집자


나는 7월14일치 (조선일보)를 우연히 보고서야 내가 지난 5월에 13년 만에 간행한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이 동인문학상의 심사대상에 올라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에 나는 책을 내고 나서 여러 신문사와 합동기자간담회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주간조선)과 (조선일보)쪽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고, 그 일로 '(조선일보)의 파쇼적 논지'에 반대하는 이들로부터 내 책을 낸 창작과 비평사와 함께 싸잡혀서 질문과 항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

솔직히 밝히자면 나는 시장에 내놓은 상품으로서의 책의 광고와 선전에 어느 매체가 동원되든지 알 바 없다는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책의 내용과 추구하는 가치는 변하지 않을 테니까. 따라서 내 책에 쓰여진 내용에 대하여 인터뷰에 응하는 것은 시장에 대한 대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시장에서 힘을 얻지 못한 문화 물건이 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게 평소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군사 파시즘과의 결탁으로 성장한 (조선일보)는 침묵과 수혜의 원죄의식으로 동참하게 된 기득권층의 이데올로그로서 막강한 언론권력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시대에 사회의 기초 공리는 억압에 의하여 말살되거나 부인되었으며, 그 반대의 가설이 산더미처럼 재생산되었다.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수구 언론이 우리의 역사발전을 위해서도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 당위일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자본주의 시장을 향하여 '전업작가'로 먹고 사는 나로서는 책을 내놓고 다른 상품들처럼 광고와 소개는 하여도 그 지면에 글은 쓰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워 두고 있었다. 요즈음에 생각이 정리된 뒤에는 어떠한 빌미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생각이 굳어지고 말았다.

왜 또 내가 해야 되냐? 하는 푸념도 나오고 귀찮으니 옆으로 비켜서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 '앞장서서 편들기'는 작가의 옳은 밥 먹는 자세이기도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이른바 '안티 조선' 쪽은 소극적 진영주의로 '충실한 반대당' 식의 내부적 권력이 되어버릴 위험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언론 개혁을 위한 구체적이고 대중적인 운동의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다시 내게 관련된 동인문학상의 심사경위로 돌아가자면, (조선일보)는 몇몇 작가 평론가들을 '종신 심사위원'으로 선정해서 '공개적'으로 심사한다고 한다. 심사위원들 면면을 살펴 보니 문단에 나온 지 38년이 되는 내게는 선배보다는 후배가 더 많았다. 심사 대상이 된 후보자들도 수십년 차이가 나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요즈음 (조선일보)는 정치.경제.사회면에서는 종전보다 더욱 반개혁적이면서도, 문화면에서는 '다양성'을 보여 주려고 하는 교묘함을 보이고 있으며, 좀 이질적인 문인들에게는 단 몇 매짜리의 칼럼 한 편에 다른 신문의 무려 다섯 배 가까운 원고료를 지급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는 냉전적 공격과 터무니없는 폭로로써 '권력'을 누리고, 이제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를 유지해보려 하는 것인가? 죽을 때까지 심사를 한다면 그 위원들과 (조선일보)는 앞으로도 수십년간 불변할 것인지. 앞으로 수십년 동안 수많은 미래의 심사 대상자를 동시에 관리하려는 것인지. 전망이 안 보이는 자들은 역사는 과거에서 지금까지 불변할 것이라고 믿겠지만, 하늘 아래서 역사와 사람의 가장 큰 특성은 변화에 있다는 것을 오늘도 우리는 보고 있다.

문학상의 상업주의와 사이비 권력놀음 따위의 문제점이 지적된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상은 (조선일보)가 특정 문인 몇 사람을 동원하여 한국문단에 줄 세우기 식의 힘을 '종신토록'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늙은이 젊은이 할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같은 잣대 위에 올려 놓고, 공개된 신문지상에서, 불공평하게도 의견을 내놓은 자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은 채, 내용과 별 상관도 없는 말 몇 마디로 '탈락'이니 '잔류'니 하고 치워버리는 것은 누가 누구에게 부여한 권리인가? 무슨 경품 뽑기 대회도 아니고 불량품 가려내기도 아닐진대, 편 가르기와 줄 세우기 식의 사이비 권력놀음을 당장 걷어치워라.

심사에 동참한 동료 문인들에게도 엄중히 항의하건대, 나는 변변치는 않지만 떳떳하게 살 권리가 있는 한 사람으로서 더 이상 욕을 보이지 말아 주기를 부탁하는 바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문학상이 세계관의 한 표현일진대 나는 (조선일보)쪽의 '동인문학상'뿐만 아니라 현대문학에서의 동인의 위치에 대하여도 이견이 있는 사람이며, 따라서 귀측의 심사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는 뜻을 일단 밝혀두려고 한다. 2000년 7월 19일

*참고로 황석영씨를 규탄하는 흰머리소년의 글은 www.hansagol.co.kr 자유게시판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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