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 3.쇠날. 맑음

조회 수 1130 추천 수 0 2006.11.07 15:55:00

2006.11. 3.쇠날. 맑음


늦은 밤입니다.
‘공동체식구모임’을 서둘러 끝내고
공동체에 머무는 아이들을 끌고 올라왔습니다.
주말에도 달골에 머물고 싶다고들 해서 그러기로 했습니다.
“눈 뜨면 내려 보내세요.”
밥은 아래서 먹자며,
주말은 쉬어주라는 홍정희엄마의 배려입니다.
달골에선 늦게 영화방이 열렸지요.
너무 극우적이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었던 영화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한제국의 역사를 돌아볼 기회도 되었지요.
‘한반도’를 노래 부르던 류옥하다의 소원을 주훈삼촌이 들어주셨답니다.
21인치 모니터까지 딸려와
거실에 모인 이들을 흡족하게 했더이다.

얼마 전 귀한 향이 선물로 왔습니다.
이른 아침 명상을 하는 시간에만 쓰고 있다
넉넉해지니 아이들 방도 생각하게 되었지요.
찻물 따르는 소리, 그리고 피워 올리는 향내에
잘도 젖는 아이들입니다.

11월엔 물날 저녁에 있던 ‘호숫가나무’가 쇠날 아침으로 옮겨가
아침밥상이 바쁘지 않겠냐며 가마솥방에서 고구마샐러드를 올려준 게 있었습니다.
“이야, 빵 김밥, 아니 김빵, 아니 빵말이다!”
샐러드를 넣고 동그랗게 말아준 그 굵은 토스트빵을 둘씩 먹고
우유에다 빵 껍질 튀김까지 한 접시씩 먹데요.
“그거 다 말하는데 쓰지?”
먹성 좋은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배가 다 불러버린답니다.

아침에 하는 ‘호숫가나무’도 경건의 시간으로 참 좋습니다.
2004학년도에도 흙날 아침마다 했었지요.
오늘은 신약성경의 한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예수의 해법에 우리가 다가가보는 순간이었네요.
아, 우리의 텍스트는 모든 종교를 아우르고 있습니다요.

‘숲이랑’은 구성 두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수채물감을 써보지요.
국화시간과 명상시간이 겹쳐집니다.
붓놀림이 차근차근도 하였지요.
배움방에서 이루어지는 시간들이
어떻게 서로 연관 고리를 갖는지를 보게 됩디다.

영어시간.
모두 함께 동화를 읽다
저학년은 지나간 수업 가운데서 쓰이던 동물소리를 익히고 있었고
한 모둠은 컴퓨터 앞에서 사전 찾기를 하고
고학년들은 쓰기를 하고 있데요.

손말시간.
손말로 노래를 하나 익히고
집안에서 쓰이는 낱말들을 챙겨보았습니다.
“세수 했니?”
“나랑 같이 목욕탕 가자.”

1학년 신기가 시에 푹 빠졌습니다.
지난 해날부터 배움방에서 시공부를 하던 참이지요.
“무슨 뜻인지는 알아?”
아이들이 물었습니다.
“아니.”
그래도 읽는 재미에 빠져 동시집 한 권을 벌써 절반께에 접어 두었데요.
시가 갖는 리듬 때문에도 잘 읽히겠구나 싶더이다.

대전의 큰 논두렁 홍사숙샘이 이사를 하셨습니다.
살림을 정리하며 물꼬에 잘 쓰일 것들을 생각하셨나 봐요.
젊은 할아버지와 상범샘이 실어왔네요.
귀한 전축에, 먹이며 벼루에 붓까지,
가구들에서부터 갖가지 것들이 산골살림에 잘 쓰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07학년도 입학과정 하나가 고개를 또 넘습니다.
입학원서를 읽은 뒤 가려 뽑는 2차 발표가 오늘이었네요.
다섯 아이가 그물을 지나
다음 주 학부모면담과정에 들어갑니다.
정말 정말 좋은 연으로 함께 할 수 있기를,
그리고 진정 ‘처음의 겸손’을 잃지 않는 여정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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