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15.물날. 비 먹은 바람

조회 수 1375 추천 수 0 2006.11.20 12:11:00

2006.11.15.물날. 비 먹은 바람


아이들은 오늘 달골에서 새로운 길로 내려갔습니다.
젊은 할아버지가 며칠 째 아침에 학교로 가는 길인데
물이 마른 도랑을 밟고 간다지요.
길이가 좀 짧은 듯 느껴진다셨습니다.
탐험을 즐기는 아이들이라 신나게 따라나섰지요.

“스스로공부들은 잘들 했어?”
“꽃 구조와 그것의 역할,
그리고 쌍떡잎 외떡잎의 다른 점을 알았어요.”
나현입니다.
“애완견 다루는 방법을 알아봤는데,
먹여선 안 되는 음식인데 실제 먹이고 있는 것도 있었어요.
키우기가 까탈스러웠어요.”
동희이지요.
“매미 공부가 힘들었어요.”
정민이네요.
“수첩을 가져다녀야겠어요.”
류옥하다입니다.

단소는 이번 해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있지요.
“다음 시간에 작은 음악회를 하려구요.”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느라 가마솥방에 앉았는데
성우샘이 전해주고 가셨습니다.
우리끼리지만 그러기로 했지요.
아직 소리가 잘 나지 않는 아이들은
대신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합니다.
“‘학교종’ 악보도 없는데...”
정민이는 뒤늦게 마음이 급해서 악보를 구하려 다녔습니다.
령이와 류옥하다가 적어주고 있었지요.

‘두레상’이 끝나고 주말에 김장을 어찌할까 일모임이 길어져
저녁도 조금 늦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트럭을 타고 달골을 오르게 되어
어른들이 저녁을 먹을 동안 큰 마당에서 놀았지요.
“뭐가 그리 신났어?”
“박치기 놀이도 하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찬 겨울 기운을 멀리 멀리 보내고 있었습니다.

“나는 오늘 조화로움을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어제부터 달골 한데모임에서 묻고 있는 말입니다.
달마다 마음들여다보기를 하는 중심생각을 두는데
이번 학기는 책 이야기로 대신하던 것이지요.
그런데 피아노 앞에서 돌림노래를 하는 요즈음
조화로움이 우리 사이의 화두인 때라
이런 주제를 한 번 놓아보게 되었습니다.
어제는 연극놀이 때 극본을 만들며 서로 마음을 내던 게 중심이야기였네요.
“묻겠습니다. 나는 오늘 조화롭게 살았는가 돌아보겠습니다.”
“하다가 늦게 일어나서 이불을 개주었어요.”
승찬이입니다.
“저도 도와줬어요.”
정민이지요.
“아침에 옥샘 어깨가 너무 아파 안마를 해드렸어요.”
류옥하다입니다.
승찬이는 또 정민이의 머리도 빗겨주었다 합니다.

밤마다 머리맡에서 읽어나가는 장편을
오늘부터 잡은 책은 ‘이야기로 들려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읽어나가면 낙엽방학에 맞춰 끝낼 수가 없을 듯도 했고,
저들이 글을 따라 읽어주는 것보다
이야기로 듣기를 더 즐기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림이 그려져요.”
아이들은 자신들의 상상력으로 더 신나게 듣고 있었답니다.

한 명 한 명 안아주러 들어갔더니
류옥하다가 곁에 좀 누워보라 하였습니다.
“이렇게 같이 자요.”
“안돼, 일할 게 많아.”
누웠는데, 그 바람으로 잤으면 싶었지요.
“자고 싶지요?”
“응...”
“이렇게 누워있으면 귀찮아져서 하려던 일 미루고 싶지요?”
“...”
“내일 하지, 하는 마음이 생기죠?”
“그러게...”
“나도 그래.”
그래요, 애들도 그렇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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