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14.나무날. 흐림

조회 수 1109 추천 수 0 2006.12.15 13:49:00

2006.12.14.나무날. 흐림


아침마다 읽어가던 장편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계속 해주세요.”
“완전히 끝이라니까.”
“그래도 해주세요.”
그래서 ‘옮긴이의 말’까지 읽었지요.
“더 해주세요.”
“좋아. 그럼, 앤이 나오니까, 앤 얘기 하자.”
“앤이 왜 거기 버려졌냐하면... 그 뒤로...”
“어. 빨강머리 앤인가 봐.”
“앤도 고아인데...”
“그럼 두 이야기 작가가 서로 짰나봐.”
“얘기 해, ,말어?”
“해요.”
“그래서 말이지, 빵집 아주머니는 앤에게 빵 나눠주는 일을 맡겼는데...”
“우와, 진짜 같애.”
“진짜 책 있어요?”
아이들의 반응이 더 즐거운 시간이었지요.

아이들은 학술제에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며 오전을 보냈습니다.
숲에서 보낸 시간에 주워와 끼워둔 나뭇잎들이었지요.
작은 엽서 혹은 책갈피들을 만들데요.
다음은 연극을 위한 의상 준비.
모르겠습니다, 뭐가 돼 가기는 하는 건지.
풍물에 대한 열정으로
12시부터 2시까지의 점심시간 가운데 1시 30분부터 모여 연습도 하고
오후에는 저들끼리 연극연습도 했답니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이어도
공동체에 머무는 령 승찬 나현 하다 창욱이는 학교에 남아있지요.
가마솥방에서 저녁을 먹고 헤어지니까요.
오늘은 모여서 쇠 연습을 하였습니다, 나머지 공부처럼
(창욱이는 너무 배고프고 졸립다고 빠졌지요).
이들이 잘 익혀지면 전체를 끌어가는데 도움도 클 겝니다.

이곳에는 많은 이들이 드나들고,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는 의미에서 그들은 모두 교사이기도 하지요.
물꼬의 교사가 꿈인 나현이가 오늘 고민스레 말했습니다.
“그러고 와서도 어떻게 싹 돌아서서 (아이들을 향해) 환하게 웃을 수 있는지...”
한 어른 이야기를 하며
방금 그가 무언가 아주 화가난 일이 있었던듯 한데도
어떻게 아이들 앞에서는 금방 싹 감정을 수습하고 그렇게 잘 대할 수 있는지,
자신도 그런 교사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랍니다.
또 어떤 사람과 갈등이 있어 보이는데도
그의 자녀를 대할 때는 전혀 미움이 들어있지 않는 것 같답니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좋은 경험을 가진 아이들은
지금의 어른들, 교사들보다 훨 나으면 나았지 모자라지 않을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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