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18.달날. 갬

조회 수 1244 추천 수 0 2006.12.25 21:46:00

2006.12.18.달날. 갬


세상에서 젤 맛있는 밥이라면 내 손으로 차려먹는 밥상일 터인데
(‘내 입맛에 맞게’가 아니라 ‘속 편하게’라는 의미인가요?)
종일 그렇게 배불리 먹고 난 한 밤입니다.
세상에서 젤 맛있는 또 하나의 밥은
마음을 담아 남이 잘 차려주는 밥을 뜨뜻한 아랫목에서 받는 일이겠지요.
물론 김 오르는 어머니의 밥상이야 두말할 나위 없다마다요.
1월 계자를 시작하기 전 꼭 그 밥도 먹으러 다녀올 참이랍니다.

겨울방학을 시작하는 첫날입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넘치는 학교도 신이 나지만
그 아이들이 빠져나간 텅 빈 마당에 서서 맞는 고요도 참말 좋습니다.
기숙사인 달골 햇발동을 나와서 학교 사택인 간장집으로 돌아와
물을 길어 솥단지에 붓고 불을 지피고 앉았으니
참으로 복된 삶이다 싶습니다.
이렇게 살자고 들어온 산골에서
교무실과 교실과 기숙사만 오가고(가끔 읍내 나가는 일이며) 있으면
한심함이 스밀 때도 있다가
이런 짜투리 시간들이라도 있을 량이면 더없이 살맛이 납니다,
다른 학교처럼 긴 방학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더욱.
한날, 땅 파고 있어야 하는데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툴툴거렸더니
구미교사풍물모임의 기효샘이 그러셨댔지요.
“애들 가르치는 것도 농사지...”
하기야 것도 그렇습니다만.

이 산골의 고요가 더 없이 좋은 오늘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894 2015.11.18.물날. 비 옥영경 2015-12-14 675
4893 2016. 6.11.흙날. 맑음 옥영경 2016-07-09 675
4892 2019. 9. 2.달날. 흐리다 비 많은 옥영경 2019-10-16 675
4891 2013. 7.1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3-07-28 676
4890 2014. 1.22.물날. 맑음 옥영경 2014-02-18 676
4889 2014. 2.10.달날. 실눈 옥영경 2014-02-28 676
4888 2014.10. 8.물날. 구름 사이 보름달, 그리고 개기월식 옥영경 2014-10-28 676
4887 2015. 2.24.불날. 맑음 옥영경 2015-03-19 676
4886 2015. 3.11.물날. 좀 수그러드는가, 바람 옥영경 2015-04-16 676
4885 2015. 5. 3.해날. 비 옥영경 2015-06-08 676
4884 2015. 6.30.불날. 흐린 하늘 위로 비 잠시 묻어온 옥영경 2015-07-28 676
4883 2015. 7. 6.달날. 무거운 하늘, 그리고 자정부터 내린 비 옥영경 2015-07-30 676
4882 2015. 9.30.물날. 맑음 옥영경 2015-10-17 676
4881 2016. 3.16.물날. 맑음 옥영경 2016-03-31 676
4880 169계자 나흗날, 2022. 1.12.물날. 맑음 / 꽈리를 불고 연극을 하고 [1] 옥영경 2022-01-15 676
4879 2014. 2. 8.흙날. 눈 옥영경 2014-02-28 677
4878 2014. 3. 8.흙날. 맑음 옥영경 2014-04-05 677
4877 2014. 5. 8.나무날. 소나기 옥영경 2014-05-31 677
4876 2014. 6. 7.흙날. 맑음 옥영경 2014-06-24 677
4875 2014. 6.19.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4-07-04 67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