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19.불날. 흐림

조회 수 1140 추천 수 0 2006.12.26 11:55:00

2006.12.19.불날. 흐림


학기를 마친 피로가 오래거니 했는데,
올해는 많이 수월했던가 봅니다.
그만큼 다른 이들이 또 움직였겠지요.
아이들이랑 같이 잘 호흡할 수 있었던 것도 까닭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늘 꿈꾸는, 아이들이랑 같이 자고 일어나고 먹고 놀고 공부하는
그런 학기여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우리들의 성과물이 어떠했든
기숙사와 학교를 오가며 신명이 났더랬지요.
의욕을 가지고 달골에 올랐고
그런 만큼 열심히 살았던 가을학기였거든요.
사나흘은 누웠다 일어나 꼼지락거리겠구나 싶었는데,
정말 지낼 만합니다.
워낙에 몸과 마음이 같이 가는 이여서
좋은 마음이 가뿐한 몸을 만들고 있겠거니 짐작하는데,
올 한 해 얽혔던 여러 일들의 근간이 무엇이었겠는가 선명하게 보여 지는 가운데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많은 희망(그거 아니면 또 어찌 새해를 맞을지요)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좋은 순간으로 마냥 흐뭇한 시간입니다.
문제의 본질을 잘 볼 수 있는 지혜가 쌓인 거라면 반길 일이지요.
그리 일찍도 아닌 아침,
아직 마당에 덮힌 눈이불을 밟으며 가로질러 부엌으로가 식구들 밥상을 차리고
빨래를 해서 널고 물을 긷고 불을 때고...
(온전하게 제 손으로 제 빨래를 해서 입고 사는 것도 복입니다려.)

마을에 달랑 둘만 남은 종훈이와 류옥하다는 죽이 맞아 잘도 놉니다.
평소에 썩 잘 어울려 다니는 둘이 아니었지만
친구가 없으니 또 그만한 친구가 없는 게지요.
“오늘은 복도 정리 좀 하자!”
얼마 전 하다가 제(자기) 방을 정리한다며 잔뜩 꺼내 쌓아놓은 짐을
셋이 모여 정리하였습니다.
이 산골 무어나 놀이가 되듯 재미났지요.
하다는 저 역시 형아들로부터 물려받아서 잘 갖고 놀았던 장난감들을
이제 동생들을 위해 꾸리기 시작하데요.
“이건 너 해.”
그러는 가운데 종훈이도 횡재를 했답니다.
아직도 새것 같은 커다란 트레일러버스를 선물 받았지요.

두 아이를 데리고 그리 지내고 있으면
내게 안온한 규모가 딱 이 양손에 잡는 아이 둘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지요.
두 녀석을 거느리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다니며 산골바람을 맞고 있으니
좋데요, 참 좋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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