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25.달날. 맑음

조회 수 1212 추천 수 0 2006.12.26 12:01:00

2006.12.25.달날. 맑음


젊은 할아버지의 밤참을 챙겨드리고 나오는 길이었는데요,
겨울 산골 밤이 너무나 좋아서
아이랑 마당을 건너오며 한껏 웃었습니다.
학기 가운데는 낮이고 밤이고 날마다 종종거리다
이리 여유롭고 다사로운 겨울이고 보니...
우리 삶에 더한 무엇을 바랄지요.

어제 부산에서
젊은 할아버지의 형님이신 태양이네 할아버지가 오셨습니다.
젊은 할아버지랑 바둑을 두러 예까지 오셨네요.

아침부터 떡국에, 목살구이(부산할아버지가 사 오신)에,
과일샐러드에 두부전골, 오랜만에 구운 핏자, 그리고 스파게티,
종훈네에서 성탄선물(?)로 보내온 감자샐러드까지
오늘은 종일 먹었습니다.
“옥샘, 보고 싶어요.”
종훈이는 잘 놀다가 일하고 있는 곳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저녁답에는 밥이 늦을까 저가 더 애가 타서 가마솥방을 가자 하였습니다.
“스파게티!”
종훈이가 작은 소리로 그랬지요.
“이런, 잊고 있었는데...”
그래서 오늘은 계획한 모든 걸 먹었다니까요.

그 힘으로 산골 소년 둘은 팔 둥둥 걷고 한참을 모래성을 쌓고
잠시 책방에 들었다가는
언젠가 류옥하다가 보수하던 마당 들머리를 고치더니
또 어덴가로 뛰어댕기다가
며칠 째 보수한 고양이와 토끼무덤의 완결판을 내놨습니다.
대단한 성역(城役)이고 성역(聖域)이었지요.
“옥샘, 생선뼈와 당근 좀 주세요.”
“이눔아, 일 좀 하자.”
그래놓고도 손 붙잡고 가서 멸치대가리와 과일 껍질을 챙겨주었지요.
제사들을 지내는 겝니다.

새벽 2시가 훌쩍 넘은 시각,
이제야 서울에서 홀로 돌아온 상범샘이 트럭을 끌고 들어오는 소리가 났네요.
누구라도 겨울 길을 운전하고 있으면 그리 마음이 쓰입니다.
이제 전등을 꺼야겠습니다.
아이가 장작을 잔뜩 밀어 넣어 뜨끈뜨끈한 아랫목입니다.
“니네 엄마한테 하는 거 10분의 1만 남한테 해라.”
언젠가 선진이이모가 그랬지요.
두루 사람을 잘 섬기도록 가르쳐야겠습니다.
초등 2학년은 아직 이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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