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28.나무날. 눈발

조회 수 1240 추천 수 0 2007.01.01 12:45:00

2006.12.28.나무날. 눈발


계자 때 수월하라고 미리 날이 추워지는가 싶더니
그예 눈발이 날렸습니다.
패인 곳에 희끗희끗 쌓일 만큼만 내렸고,
금새 얼어붙었지요.

충남 연기군 행정복합도시인가 뭔가가
‘세종’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나 말았다나...
세상일일랑은 보이지 않는 등 뒤의 일 같아서
가까운 지방 소식도 먼 일이었다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동네가 뜻밖에도 아주 낯선 땅이 아닌 게 되었네요.
그곳에 귀농해서 사는 이들이 있었는데
사이가 비틀어져 그 둘을 다 아는 이들이 참 난감해졌습니다.
하기야 나랑 너랑 굳이 따져야할 게 없는 관계라면
굳이 나쁠 게 무에 있을까요.
문제는 역시 ‘이권’입니다.
귀농이라 하지만 천석꾼의 땅의 자식으로 자라 대처 나가 공부를 하고
농토로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독립적이고 그만큼 자유롭게 사는 한 사람과
도시에서 참 삶을 찾아 땅을 좇아 들어간 이가 그들이지요.
하지만 농사로 생계가 완전하지는 않아
한 사람은 글을 써서,
다른 사람은 주말마다 학원과 과외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높아진 땅값에 뭔가 서로 얽힌 땅 문제가 있는 듯한데,
드러나는 것은
그들이 서로에게 진정한 귀농이네 아니네를 시비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 다투는 둘을 보며 다른 이들이 비난을 더하고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나오는 진흙탕 속에 또 이이도 저이도 상처입고...
아니, 도대체 진정한 귀농이란 게 무어랍니까?
땅값으로 들썩이는 여러 풍경들 혹은 소문 속에서
개발이 또 사람사이를 저리 만드는 건가 누구는 서글프다 하고
누구는 어디나 있는, 소통하지 못하는 이 한국사회의 병폐 하나거니 하고
또 그 이웃으로 귀농을 한다던 누구는 그걸 보며 어디고 사람살이 한가지다 하고
지금 사는 곳에서나 잘 살겠다 꿈을 접는다고도 하고...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었고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은 나름대로 이 자본문화에 길들지 않고 살아가려는
훌륭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셔요?
사실은 목숨을 건 치열한 논쟁조차 넘들은 별 신경 쓰지 않지요.
그냥 ‘참, 복잡하구나’,
그리고 돌아서가버리지요.
그 영역에 관심을 가진 이들조차 세세한 사연까지 다 알려고는 않습니다.).

어쨌든 내가 빠졌든 남이 밀었든
진흙탕에 좀 뒹군들 또 어떠합니까?
내게 밥 한술도, 아름다운 말 한마디도 더하지 못할 이들의 말에
귀 기울 건 또 무어랍니까?
그냥 자신이 생각하는 그 생각대로 살아갈 것!
제 삶이나 먼저 잘 살 것!
괜히 누구 때문이니 무엇 때문이니 핑계대지 말고
자기 길을 가다 안 되면 그 진정한 까닭을 솔직히 말하고 멋쩍게 웃은 뒤 또 갈 것!

곧 새해입니다.
자, 오직 자신의 길을 가시지요, 느리고 따듯하게.
거기 도반이 있으면 더 좋겠네요.
희망은 그렇게 만드는 것 아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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