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2. 2.쇠날. 맑음

조회 수 1161 추천 수 0 2007.02.08 11:48:00

2007. 2. 2.쇠날. 맑음


벗, 누구에게나 힘이지요.
제게도 좋은 귀를 가진 모모 같은 친구가 있습니다.
두어 달에 한 차례 겨우 자정이 넘어서야 전화를 붙들어
어느새 제 얘기만 하고 있기 일쑤지요.
“(교사로서)보람 없겠다.”
“그렇지 않아. 어떤 식으로든 아이들한테 남지. 나도 즐거웠고.”
산골공동체배움터에서 긴 시간을 같이 아이 키우자 했으나
겨우 한 해 산골살이 하다 떠나는,
한 해 전과 다르지 않은 일을 또 겪으며도
목소리가 어찌 그리 한결 같을 수 있냐,
그래서 혹여 속으로 지닐 좌절과 서운함을 푸라고
대신 화를 좀 내주고 싶다는 게 되려 민망해진다는 친구입니다.
“담담한 네 목소리에 더 화내고 있기가 멋쩍다.
그런 네 목소리가 위로다.”
내 평화가 네게 위안이구나,
고맙고,
평화롭고 또 평화롭자 합니다.

소포가 왔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짐작조차 못하겠는 분한테서.
산촌은 아직 겨울이 한창일 것 같아서 보내신다셨지요.
‘어찌 이리 몸 둘 바를 모르게 하시니이까...’
취향을 눈여겨보셨던 겝니다.
마음에 꼭 들어 방안에서도 휘 걸쳐보기 여러 차례였네요.
가라앉았던 마음을 일어나라, 일어나라 하고
무릎에 묻은 흙먼지 털어주시는 듯하였더이다.
아이들을 생각했지요,
나도 그런 어른이어야겠다 다졌지요.

원래 2007학년도 입학 마지막 절차인 들살이가 있는 주말입니다.
‘아이들의 장래 문제’와 ‘자유롭지 않을 것 같다’는 까닭으로
한 가정이 주저앉았고,
다른 가정과는 다음 주 달날에 하기로 했지요.
입학을 포기했다고 좋은 이웃이 못될 게 무에 있나요.
정말 좋은 분들이시고,
오며 가며 이렇게 맺어진 연으로 우리 삶이 또 얼마나 풍요로울지요.
4월 21일 ‘학교 문 연 날’ 잔치에도 꼭 걸음해 주소서.
노래하는 음유시인인 한 거장이 함께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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