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2. 4.해날. 맑음

조회 수 1204 추천 수 0 2007.02.08 11:49:00

2007. 2. 4.해날. 맑음


바람에 된장집 양철지붕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상범샘과 젊은 할아버지가 죙일 손을 보았지요.
류옥하다도 지붕에 올라가
양철슬레이트도 받아주고 못도 집어주고 하였습니다.
사는 일이 저런 거지, 싶데요.
뭐 별 게 있을지요.

‘이레 비우기(7일 단식)’ 첫날입니다.
못해도 한 해 한 차례는 하던 일인데
두어 해도 더 건너뛰었지요.
비우는 만큼 찾아오는 맑음으로
스스로가 먼저 평화가 되려합니다.
아이랑 산책을 나갔습니다.
계자도 끝난 뒤라 마을에 남은 아이라고는 하나 밖에 없지요.
“엄마랑 둘만 이 길을 걷는 건 첨이죠?”
그랬구나, 그랬구나,
정작 지 새끼는 못 챙기고 살지요.
에미가 잘 살면 그것이 최선의 가르침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걸 너 알아 하라, 아이에게만 미루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이가 이곳을 둘러친 숲과 들, 내(川)가 가르치는 생명의 길,
그리고 물꼬의 가치관을 따르는 곧은 어른들을 잘 좇아가고 있지요.
오늘은 같이 명상도 하고, 책 읽고 토론도 하고, 바둑도 두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였습니다.
참으로, 참으로 오랜만에 한갓집니다.
고마울 일입니다.

늦은 저녁 전화를 좀 붙들었습니다.
전화, 그거 한번이 어려운 삶이지요.
허나 물꼬의 2월이 그런 시간도 안겨줍니다.
오랜, 혹은 잦게 오는 품앗이 몇에게 전화를 넣었습니다.
단식 첫날, 맑아지는 기운을 나누고도 싶었지요.
늘 고마운 그들입니다.
형길샘이야 엊그제 다녀갔고,
선진샘도 얼마 전 아이 일로 통화를 했고,
승현샘은 국내에 없고,
태석샘이며 아리샘이며 지영샘, 용주샘, 이근샘 정도였지요.
그런데, 이근샘도 임용고시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장하다!”
졸업반인데 단박에 붙은 거지요.
어찌나 고맙던지요.
아이들을 좋아하는,
젊은 날의 귀한 시간을 물꼬 같은 산골에서 쓰며 끊임없이 배우고 익힐 줄 아는,
그런 이들이 현장을 지켜야 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174 2007. 5. 6.해날. 맑음 옥영경 2007-05-21 1292
1173 2008. 4.21.달날. 흐림 옥영경 2008-05-11 1292
1172 2008. 6.28.흙날. 비, 억수비 옥영경 2008-07-11 1292
1171 2008.10. 8.물날. 맑음 옥영경 2008-10-20 1292
1170 2011.11.10.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1-11-23 1292
1169 12월 24일 나무날 흐리다 눈 옥영경 2005-01-02 1293
1168 4월 2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5-04-07 1293
1167 2005.10.15.흙날. 진짜 가을 / 햅쌀 옥영경 2005-10-17 1293
1166 지금, 당장, 평화롭기, 정작 나도 자주 잊어버리지만! (2005.10) 옥영경 2005-12-28 1293
1165 2006.10.25.물날. 조금 가라앉은 하늘 / 햇발동의 밤 옥영경 2006-10-27 1293
1164 2007. 5.26.흙날. 맑음 / 찔레꽃방학 옥영경 2007-06-15 1293
1163 2008. 9. 1.달날. 저녁, 그예 비 옥영경 2008-09-21 1293
1162 2011. 7. 7.나무날. 아침 비 옥영경 2011-07-18 1293
1161 10월 15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4-10-28 1294
1160 2007. 5. 9.물날. 먹구름 좀, 그리고 비 옥영경 2007-05-21 1294
1159 2007.10. 6.흙날. 찌푸둥한 하늘 옥영경 2007-10-17 1294
1158 2007.11. 6.불날. 가라앉은 하늘 옥영경 2007-11-19 1294
1157 127 계자 여는 날, 2008. 8.10.해날. 맑음 옥영경 2008-09-07 1294
1156 2008. 9. 7.해날. 맑음 옥영경 2008-09-21 1294
1155 2011. 6.12.해날. 황사인가 / 단식 7일째 옥영경 2011-06-18 129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