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2.10.흙날. 눈비

조회 수 1209 추천 수 0 2007.02.12 09:43:00

2007. 2.10.흙날. 눈비


쓰레기차도 한 차례 다녀갔습니다.
태우지도 못하던 쓰레기로 쌓여있던 ‘큰해우소’ 곁이 시원해졌지요.
덜 버리고 살지 해도 그게 참 어렵습니다,
들여오는 쓰레기도 만만찮고.
참 큰 숙제이지요.

단식을 하면 아주 낯선 냄새를 피우게 되는데,
그래서 날마다 샤워를 해야 하지요.
그래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가능하면 접으라 합니다,
피로해서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그동안 쌓였던 독소 같은 것이
밖으로 나오느라 그런 게 아닐까 짐작해 보지요.
추위를 아주 공포에 가까워 해서 엄두도 못 내다가
오늘은 기어이 찬물에 했다지요.
그리고 경로당부터 갑니다.
“그러다 할머니 되는 거 아니야?”
멀리서 남편이 전화선으로 그럽니다.
마침 어제 선배한테 조리를 네 쌍이나 팔았지요.
“경로당에서 맹글테니까 교장이 팔아줘.”
완전히 판매책이 되어
그 돈 전하러 갔다가 또 눌러앉았지요.
한 해 한 차례 돌아오는 물꼬의 한갓진 2월이니까요.

달팽이학교에서 온다는 전갈이 있었는데
또 감감무소식입니다,
사진반 모꼬지 가는 길에 들린다더니.
지난번에도 남도 무슨 행사에 가는 길에 들린대놓고
죙일 기다리게만 하였더라지요.
그리하야 아이들이 찍었던 사진을 CD에 담은 것도 못 오고
학교 들머리에 세울 철판으로 만든 간판도 못 오고 있는 거랍니다.

상범샘네가 이른 아침 부산으로 나들이를 떠나기도 해서
참 조용한 학교입니다.
아이의 날적이(일기)를 읽습니다.
‘행-복-했-다.’
흔히 ‘재밌었다’로 끝나는 일기의 마지막 문장처럼
아이의 날적이의 마지막에 자주 등장하는 낱말이지요.
가만히 따라 읊조려봅니다.
“행, 복, 했, 다!”
잔잔한 행복이 물결처럼 번져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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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2.10.흙날. 흐리다 눈비

오늘 엄마하고 내가 경로당에 가서 부침개하고 두부김치를 만들어드렸다.
어른들이 웃는 걸 보면 행복했다. 그리고 엄마가 요리를 너무 잘 하는 것
같다. 행복했다.

(2년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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