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2. 25.해날. 비 지나다

조회 수 1269 추천 수 0 2007.03.06 15:39:00

2007. 2. 25.해날. 비 지나다


이틀을 묵은 양양을 떠났습니다.
“줄 거는 없고...”
구들연구소의 무운샘과 지해샘이 나눠주시는
다시마를 잔뜩 안고 왔지요.
집 앞 못에서 캔 연도 들려주셨는데, 그만 놓고 와버렸네요.
“건강하셔야 합니다.
오래 뵙고 싶습니다.”
빗속에 서서 굳이 차가 뵈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들 계셨지요.
나눌 이야기가 많아
구들을 공부하러 왔던 사람들이 돌아갈 때까정 기다렸다
차 한 잔 마시기로 한 것을
이왕이면 하룻밤을 더 묵어가라시는데,
마침 횡성에 한 약속도 있어
3월 가운데 다시 들리마 약조하고 떠나옵니다.
좌익을 달았던 선대로 인해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었던 샘은
그래서 몸으로 사는 일을 누구보다 일찍부터 익혀야했고,
오히려 학교 밖에 계셨으므로 더 많이 공부할 수 있었던 듯합니다.
한 종교단체의 수련원을 관장하셨던 이력에서부터
우리문화살이를 엮어내신 거며
그림에서 한시, 법문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당신의 끝이 어딘지 모르겠는,
두고두고 푸실 보따리가 많기도 하시지요.
이제는 샘이 두 다리를 좀 뻗고 주무실 수 있도록
뭔가 힘이 돼드릴 수 있겠다 하고 갔는데,
고양이가 쥐 생각한 꼴이 되었습니다려.
어느 때보다 평안하게 계셨지요.
길을 텄으니 오고갈 일 많겠습니다.

횡성으로 옮아갑니다.
어려운 길도 아닌데 비 오락가락에 길도 막히고,
밤을 지새우며 도란거린 여파가 여간 힘에 겹지 않습니다,
워낙에 운전이 쥐약이기도 하고.
딱하기도 했던 모양인지
무운샘 댁에서 연을 맺은 친구 하나가 길을 잡아주었지요.
통나무로 집짓는 일을 가르치는 김병천샘을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마침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불리는 어스름,
시야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시간에 주천강을 접어들어
찾아가는 길에 늘어서있다는 팻말도 놓쳐 아주 어둑해서야 산에 들었지요.
일찍 왔더라면 곳곳에 세운 통나무집들을 잘 구경할 수 있었을 걸...
“또 올 텐데요, 뭘.”
한 공간을 지키며 사람이 들고 나가는 일을 겪는 것이야
어디야 사정이 매한가지라
한 마디 한 마디 위로고 위안이 서로 됩니다.
무엇보다 말이 되지요.
고마운 일입니다.
병천샘은 누구보다 좋은 귀를 가지셨더랬지요.
가을께 물꼬에서 통나무작업을 하나 해볼까 얘기도 모았습니다.
재밌겠습니다.
묵어가라는 배려도 다음에 받겠다 하고 서둘러 일어섰네요.
멀리서 귀한 분들이 달골로 걸음하시기로 했기에
일찍 와서 맞을 준비를 좀 해야 했지요.
틈날 때 다듬어두셨다는 통나무의자를 선물로 내주셨습니다.
잘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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