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 2.쇠날. 비

조회 수 1662 추천 수 0 2007.03.10 11:40:00

2007. 3. 2.쇠날. 비


“여기 상촌인데...”
손님이 온다는 전갈입니다.
이른 아침 댓바람에 두 분이 들어서셨지요.
새들이 더 반겼습니다.
어제 문학인들과 군수님이 함께 한 자리가 있었고
그 끝이 길었던 듯한데, 마침 물꼬 이야기가 나와 예까지 걸음을 하신 거였습니다.
대처에 나가 살면 고향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돌려지는 법이지요.
명지대 문창과 김석환교수님과
‘시와 에세이’의 양문규편집장님이셨습니다.
급히 차린 밥상이 허물이지 않아서도 고마웠습니다.
끓이던 누룽지탕에 물 더 넣고 누룽지 더 넣고, 김치 한 보시기 더 꺼냈지요.
아, 계란찜도 더 했네요.
차도 마십니다.
“커피는 늘 잘 모르겠어요.”
“영감님들 오시면 이걸(설탕) 더 넣어주고,
애들이나 아줌마들 오면 이거(프림) 더 넣어주고
우리 같은 사람들 오면 커피 좀 더 넣고...”
그게 또 그렇다더군요.

낮 4시 생명평화탁발순례 영동 두 번째 모임이 있었습니다.
생태공동체운동가 황대권샘에서부터 시인 양문규님, 농민시인 박운식님,
농군의 집 정봉수님, 영동신문 신재식님, 한살림생산자모임의 김명수님,
생명평화결사에서 민상님이며들이 함께 하였지요.
구체적으로 순례일정을 결정하였습니다.
출장이 잡혀 있는 바쁜 마음을 알아주셔서
모두 자르륵 한달음에 일정을 잡으며 늦지 않게 일어서게 해주셨더이다.
다음 불날(3월 6일)이면 영동으로 순례단이 들어오네요.

미사리 출장입니다.
서울로 돌아가시는 명지대 문창과 김석환교수님 편에 더해 갑니다.
대학시절 집안 어른들 줄초상을 치른 다섯 형제의 맏이의 어려움을
남의 일인 듯 담담히 들려주시는 품은
그것이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일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지요.
생에 대한 진지하고도 깊은 자세가 주는 떨림으로
휴게소에서 밥을 앞에 놓고 그만 눈시울이 붉어졌더랬습니다.
아름다움을 아름답다는 말로 다 해버리면 그만 감동이 줄듯
쓸쓸하다는 걸 쓸쓸하다 말해버리면 감동이 반감되듯
너무나 암울했던 한 시절의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어서
더욱 서글픈 마음이 되었더라지요.
택도 아니게 까마득히 어린 사람이 글쎄,
이렇게 잘 살아주신 당신이 고마웠지요.

노래하는 한 거장을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기인이라 불리는 분이시지요.
4월 학교문연날잔치에 오실 수 있으려나,
아침 6시에 잠자리로 가서 낮 2시에 일어나는 습관은
사람들을 만나는데도 어려움이 많다는데,
새벽 2시에야 뵐 수 있었습니다.
일 년 열두 달 삼백예순닷새를 거르지 않고 하는 수련 때문에
오후 6시에야 어디로 움직일 수 있으니
지방공연은 그래서 통 아니한다는 당신이시지요.
물론 그런 줄 알고 갔다마다요,
열두 겹은 더 장막을 치고 계셔서 뵙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당신이란 것도.
올해이시던가요, 환갑이?
후배들과 함께 큰 잔치를 준비하고 계신다셨습니다.
그래서 움직이기 더욱 쉽잖다셨는데,
그래도 한 차례 더 졸라보려 합니다.
고운 산골마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잘 전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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