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김남주
내가 심고 가꾼 꽃나무는
아무리 아쉬워도
나 없이 그 어느 겨울을
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땅의 꽃은 해마다
제각기 모두 제철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늘 찾은 별은
혹 그 언제인가
먼 은하계에서 영영 사라져
더는 누구도 찾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하늘에서는 오늘밤처럼
서로 속삭일 것이다.
언제나 별이
내가 내켜 부른 노래는
어느 한 가슴에도
메아리의 먼 여운조차
남기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의 노래가
왜 멎어야 겠는가
이 세상에서……
무상이 있는 곳에
영원도 있어
희망이 있다.
나와 함께 모든 별이 꺼지고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어찌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가.
얼마전,
옥샘 스스로의 말로 요 몇 해를 '진탕 속을 헤쳐왔다.'고 표현하셨지요.
그 속에 있지 않아 무어라 말씀은 드리지 못하지만,
일들의 사태를 보며, 저 역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진탕 속에서,
'누가 진탕이고 누가 넘어진거냐, 진탕이 되게 한 이는 누구냐,
또한 그렇게 만든 이는 누구이며 과연 누가 옳은 것이냐'-하는 것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딛고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딛고 일어서서 흙 묻은 손과 무릎 그리고 진탕을 보며
그 다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흙으로 메꾸거나, 그냥 놔두고 가거나, 다시 진흙탕과 마주앉아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그 다음의 선택일겁니다.
옥샘의 새로운 다짐과 결의를 들으며
이 시가 떠올라 여기에 올립니다.
두번째 계자 무사히 치르시고,
세번째 계자 때 뵙겠습니다.
< 조용한 일 >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