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12.달날. 맑음

조회 수 1319 추천 수 0 2007.03.28 21:46:00

2007. 3.12.달날. 맑음


뜰(들일 데 없어 둘러친 산이며 들이며)을 채운 것들이 들려주는 소리에
겨울 묵은 먼지를 텁니다.
“뚝딱뚝딱 깊은 산속에 뚝딱뚝딱 나무 찍는 소리...”
딱따구리가 젤 먼저 나서서
산골 봄 아침을 불러주지요.
이제 좀 물꼬의 3월 일상이 돌아가려나요.
젊은 할아버지는 학교 큰 마당 가에서 봄맞이 도랑을 치고,
목수 종대샘은 상다리를 고치고 장작을 패고
진돗개 장순이를 위한 자유늘이기를 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짧은 줄에 매인 장순이를 안타까워하다
키 큰 전나무와 전나무 사이에 줄을 이어 매고
그 사이에 장순이 목에 맨 줄을 고리로 이어놓으니
움직이는 반경이 아주 넓어진 것이지요.
청도의 한옥학교에 사는 개가 그리 지내더라나요.
장순이는 그 순간부터 바로 목수샘 편이 되어버렸답니다.

한 주를 시작하는 준비를 하는 ‘첫만남’과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고요’로 아이들이 달날 아침을 엽니다.
오전 일로는 줄마다 널려있던 빨래를 걷어와 개고 정리하고,
오후엔 마늘밭 볏집을 걷었지요.
“저거 안돼, 빨리 걷어야지!”
학교 앞 소사집할머니가
손이 가지 못하고 있는 학교 마늘밭을 안타까워함을
류옥하다가 듣고 와서 전했더랬지요.
그래서 오늘 아이들일이 그리 정해졌더랍니다.
“철봉할머니(소사집할머니의 다른 이름이지요)한테 물어보고 하자.”
아직 농사일이 서툰 우리가 많은 것을 물어가며 합니다.
살살살 걷으라셨다네요.
지난 겨울이 시작될 즈음 아이들이 심었고
이 봄 일도 아이들이 해나가는 마늘밭입니다.
엄마가 늦게 돌아오는 날이어
종훈이는 저녁을 먹고 한참 뒤에야 학교를 나섰지요.

달마다 한 차례 찾아와 묵어가는
산안마을 최창호님 오신 날입니다.
언제나처럼 달걀이 잔뜩 내려졌고,
튀밥도 자루째 들여주셨습니다.
묵는 날마다 같이 공부 하나를 하면 어떨까 의논도 하고,
늦도록 공동체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새기며 곡주 한 잔 하였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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