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30-31.쇠-흙날. 맑음

조회 수 1375 추천 수 0 2007.04.09 00:12:00

2007. 3.30-31.쇠-흙날. 맑음


종훈네도 할머니 생신상 차려드리러 서울 가고
덕분에 류옥하다도 엄마의 양양행을 따라 나섰지요.
삼륜구들연구소 무운샘댁에 못다 한 얘기를 나누러 갔습니다.
날마다라도 와서 들어야 할 것들이 좀 많아야지요.
마침 이번 달 구들교육도 있는 사흘입니다.
양양 골짝에서 공동체를 이룰 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도 있고,
퇴임을 앞둔 교장샘도 있고
귀농을 하려는 이들,
그리고 집 짓는 일이 직업인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류옥하다더러
공부하느라 진땀나는 어른들한테 노래 한자락 공양하랬는데,
부르라니 또 부르데요.
어른들은 또 지갑들을 열어 노래값을 줍디다.
그런데서 모이니 애고 어른이고 장년이고 노년이고 금새 친구가 됩니다.

떡 본 김에 제사도 지냈지요.
‘불에 탔던 낙산사는 어찌 지내고 있을까,
낙산사 앞바다는 여전할까...’
지난 2월 모였던 이들이 무운샘댁을 나와 낙산사 구경을 갔건만,
먼 길 오기 바빠 발치에 두고도 그냥 와 아쉬움 컸더랬습니다.
이번 길엔 남해 보리암, 서해 보문사와 함께 3대 기도도량인
낙산사 홍련암에 들러 절도 하고
(예전엔 마루로 출렁이는 바다도 볼 수 있었는데...)
해수관음상 앞에서 바닷바람 맞서고 서서 생각을 쉬어보기도 하였지요.
예종이 아버지 세조의 뜻을 받들어 만들었다던가요,
16세기 이전 범종의 좋은 연구 자료였던 동종이 녹아내린 것도
2005년의 그 화재였더랬지요.
다시 안타까웠습니다.

‘곤충생태관’에도 들어갔습니다.
늘 살아 꿈틀대는 걸 보고 사는 지라 우리들에겐 건조하데요.
더구나 수족관이 평소에 물을 쳐다보는(주로 내려다보는) 위치가 아니라
그 물 안을 보게 해두어 외려 현실감이 떨어지기도 하였습니다.
7월 개관을 앞두고 이미 모든 준비를 끝낸
‘오산리선사유적지박물관’에도 들어갔지요.
5시에 문을 닫는 곳에 도착한 게 그 시간인데,
안내인은 다시 불을 다 켜서 넉넉히 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잘 차린 밥상보다 주인의 넉넉한 인사가 더 맛나기도 하지요.

대포항도 멀잖습니다.
“그대 가는 언덕길에 빛나던 새벽별도...”
저문 바닷가에서 ‘살아오는 동지’를 부르며
이곳에 기억을 함께 가진 벗과 동지와 동료들을 추억했지요.
“젊은 날의 높은 꿈이 부끄럽진 않을까?”
노래 ‘나이 서른에 우린’에서 이리 물었지요.
지금 ‘우리’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어디에서 어떤 얼굴로 서 있는 걸까요...
94년 설악산에서의 첫 번째 계자를 앞두고 답사를 와서도
이 바다를 보았더이다.
돌아오는 걸음이 이른 새벽이어
식구들을 위해 회라도 사들고 오자기는 글렀다 하고
대신 다시멸치 한 꾸러미 차에 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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