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4. 4.물날. 엷게 찌푸려있더니 오후에 맑다

조회 수 1408 추천 수 0 2007.04.16 00:57:00

2007. 4. 4.물날. 엷게 찌푸려있더니 오후에 맑다


소백산 아래 풍기의 아침은
밤새 내린 눈으로 덮였다는 전갈이 있었습니다.
강원도의 산들도 하얗겠습니다.

어른들 아침모임이 자리를 잘 잡고 있습니다.
차를 마신 뒤 명상을 하고 국선도나 요가로 몸다루기를 합니다.
오래 명상만을 하는 주도 있지요.
쇠날 아침마다는 백배 절을 합니다.
누구에게라도 전하고픈 선물 같은 시간이라지요.

기온이 조금씩 차오르더니
살구꽃 복사꽃 벙글던 여느 날 같습니다.
아이들과 ‘찻상 앞에서’ 차를 마시고
늦었긴 긴 하나 산에 올랐던 이야기를 글로 남겼지요.

이번학기 국화 첫 시간입니다.
미죽 최병기샘이 변함없이 차를 이끌고 들어서십니다.
목련을 그렸지요.
지난해에 했던 것이나 새로 만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반복하는 거겠지요,
그것이 더 깊이 배우게 하겠지요.
지루하지 않게 색을 바꾸어 하니 더욱 새로운 꽃입니다.
그런데 할 준비도, 하는 시간도, 갈무리도,
했던 가락 그거 참말 무섭데요.
아이들이 오래 해온 일처럼 하고 있었답니다.

단소 연습을 하고 숲에 들어갔습니다,
모자 하나씩 꺼내 쓰고.
꽃마리, 광대나물, 민들레, 별꽃, 양지꽃, 산괴불주머니, 괭이눈을
마을길에서 만났습니다.
“산딸기다!”
예서 산딸기를 따먹었으니
차오르는 저 잎이 산딸기 잎사귀란 걸 대번 알지요.
진달래 피고 지고 있었습니다.
아래 마른 풀섶에선 작은 존재들이 바빴지요.
그리고, 풀내음...
우리는 한껏 고개를 들고 숲내를 들이켰습니다.
“옥샘, 지팡이!”
무릎이 아픈 육십노구(?)를 늘 걱정해주는 아이들입니다.
“위험하니까 먼저 가세요.”
종훈이는 뒤에서 앞선 어른을 살펴주고
류옥하다는 앞에서 뻗은 넝쿨을 헤쳐주고 있습니다.
잘 단장한 무덤이 있었지요.
양지가 참 바르기도 합니다.
기대서 봄볕을 쬐었네요.
마치 구운몽을 꾸는 듯하였습니다.
어느새 슬금 일어선 아이들이 진달래꽃을 따다 뿌려주었지요.
즈려밟고 돌아오는 길이랍니다.
시간을 남겨 잠시 오는 잔치를 위한 초대장도 만들었습니다.

공동체식구모임이 있는 물날 저녁입니다.
잔치이야기가 많았겠지요.
손이 비면 비는 대로 살아지는 게 또 생이지 않던가요.
남은 이들이 몸을 많이 써야하는 안타까움은 있지만
한편 사람 사이에 부대낄 일이야 줄기 마련이니
마음 고요하기 더해서 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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